“일주일전 산사태 경고 묵살 당해” 쑥대밭 월림마을의 한숨

산사태 난 마을 오이밭이 자갈밭으로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 뒷산에 개설한 임도가 지난달 3일 내린 폭우로 유실됐다. 최종권 기자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 뒷산에 개설한 임도가 지난달 3일 내린 폭우로 유실됐다. 최종권 기자

 
“산에서 내려온 토사 때문에 오이밭이 몽땅 자갈밭으로 변했습니다.”
16일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에서 만난 정운진(64)씨는 “지난달 폭우 때 계곡을 따라 돌멩이와 토사, 나뭇가지가 쏟아지면서 밭 1000평(3300㎡)을 덮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밭은 100여m 이상 흙으로 덮여있었으며, 고랑이 끊어지고 곳곳에 골이 패어 있었다.
 
 정씨는 “마을 뒷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개설한 임도(林道)가 피해를 키운 것 같다”며 “많은 양의 빗물과 부유물이 한꺼번에 내려오면서 배수구가 막혔고, 범람한 계곡물이 농경지와 주택으로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지난달 3일 하루 동안 340㎜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당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농경지 7만5143㎡가 토사 유출 피해를 봤고, 주택 1채가 유실됐다. 차량과 농기계 5대도 물에 잠기거나 매몰됐다. 수확을 앞둔 오이와 들깨, 콩 등도 흙더미에 그대로 잠겼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에 사는 정운진씨가 지난달 3일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뒤덮인 오이밭을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에 사는 정운진씨가 지난달 3일 산사태로 인해 토사가 뒤덮인 오이밭을 가리키고 있다. 최종권 기자

 

임도에 난 배수구 "빗물 모으는 깔때기" 

 월림리 주민들은 “임도 개설과 무분별한 벌목이 산사태를 유발했다”고 주장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월림리는 마을과 맞닿은 산 중턱에 임도 6.6㎞가 조성돼 있다. 임도는 산림청이 조림사업이나 사방댐 건설, 산불 진화 등을 위해 만든 산길이다. 이 마을에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억3000여만원을 들여 폭 3.5m의 임도가 조성됐다. 임도에는 100m 간격으로 배수로 60여 개가 설치됐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천연림 조림사업’으로 산림 8㏊에서 벌목이 이뤄졌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임도 1.6㎞ 구간이 망가지거나 유실되는 피해를 봤다. 이곳 주민 정승태(72)씨는 “이 마을에 평생 살면서 이런 물난리를 겪은 적이 없었다”며 “임도 설치 이전엔 비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산길을 내면서 크고 작은 비 피해가 나더니 결국 산사태를 일으키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임도에 난 배수구도 문제 삼았다. 주민 이수근(69)씨는 “배수구가 빗물을 모으는 깔때기 역할을 하면서 마을에 대량의 빗물을 보내 침수 피해를 키웠다”며 “일부 배수구는 계곡 방향이 아니라 산비탈을 향해있어서 배수구에서 30~40m 떨어진 밭에 물을 그대로 쏟아붓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 뒷산에 개설한 임도가 지난달 3일 내린 폭우로 유실됐다. 최종권 기자

충북 제천시 금성면 월림1리 뒷산에 개설한 임도가 지난달 3일 내린 폭우로 유실됐다. 최종권 기자

 
 한 주민은 “임도 설치 이전엔 산속에서 흐른 빗물이 마을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쯤 걸렸다면 지금은 20분이면 빗물이 마을에 도착한다”며 “빗물 속도가 빨라지고 많은 양의 빗물이 마을로 쏟아진 것은 바로 산속 배수구 탓”이라고 주장했다.
 
 임도 주변에 설치된 사방댐도 제구실을 못 했다. 이용각 월림1리 이장은 “사방댐 안에 흙과 자갈이 꽉 차 있어 토사 유실을 막지 못했다”며 “비가 내리기 전에 사방댐 정비만 제대로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마을 주민은 지난 7월 제천시에 “비탈면 토사 유출 방지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건의했다. 시는 지난 7월 27일 임도 관할기관인 단양국유림관리소에 협조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박종희(65)씨는 “토사 유출이 우려된다는 주민의 경고에도 해당 기관은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산사태 7일 전 “토사유출 방지해달라” 공문

지난 7월 27일 제천시가 단양국유림관리소에 '비탈면 토사유출 방지대책 수립'을 요청했다. [사진 이용각 이장]

지난 7월 27일 제천시가 단양국유림관리소에 '비탈면 토사유출 방지대책 수립'을 요청했다. [사진 이용각 이장]

 
 산림당국은 월림리 산사태에 대해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입장이다. 단양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산악기상관측망을 확인해보니 지난달 3일 오전 금성면에 5시간 동안 282㎜의 집중호우가 내려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며 “월림리의 경우 산 정상에서 산사태가 시작해 아래로 토사가 내려간 것은 확인했으나, 임도 건설이 산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은 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천시에서 토사유출 방지대책 관련 공문을 받았으나 갑자기 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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