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친문+호남' 연합군 vs 이재명 '경기·성남' 외인부대

지난 7월 30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당시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도청 접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7월 30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당시 후보)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도청 접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2% vs 2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양강 구도가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7월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족쇄가 풀린 이 지사의 상승세를 이 대표가 8·29 전당대회 낙승의 효과를 동력 삼아 힘겹게 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8~10일·전국 남녀 1002명 대상)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오차범위 안인 1%p 차이로 앞섰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양강구도가 장기화할 것”(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이란 전망 속에 두 사람의 핵심 참모 그룹의 진용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 주변은 새로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중심이다. 범친문 성향의 의원과 호남권 인사들이 주축이다. 반면 이 지사 측은 최근 물갈이한 경기도의 정무라인 공무원들과 몇몇 산하기관장들, 경기도에 기반을 둔 의원들이 뼈대를 이룬다. 또 다른 수도권 재선 의원은 “내년 초부턴 의원들의 줄서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낙연의 정무엔 박광온·오영훈이 ‘투톱’

오영훈 대표 비서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오 실장이 17대 국회에서 강창일 민주당 전 의원의 보좌관을 할 때 한일의원연맹 업무로 이 대표와 인연을 맺으면서 오랫동안 신뢰관계가 쌓였다.
 
전당대회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박광온 사무총장은 실무경험을 토대로 이 대표의 세세한 질문에 막힘없이 답한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 김영배 정무실장은 긴밀한 당·청 관계를 바라는 이 대표 의중에 따라 영입됐다. 또 동아일보 후배였던 윤영찬 의원은 이 대표와 “가장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이”라고 한다.
 
이낙연의 맨파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낙연의 맨파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홍익표 민주연구원장과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정책을 총괄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도 두 사람이 세부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강한 추천으로 발탁된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임명 뒤 전공의 파업 문제를 해결하면서 신임을 받았다. 정책자문그룹은 현재 100명 규모로 꾸리는 게 목표다. 이 작업은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맡았다. 이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그동안 분야별로 교수들과 일대일 스터디를 주로 해왔다”며 “학자 중에 좌장역을 맡을 인물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대표 인사권으로 영향력 키워”

전당대회 캠프에선 동교동계 출신으로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을 거친 설훈 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전해철·김종민 의원 등 친문그룹도 이 대표 측에 섰다. ‘범친문’이자 호남 출신 송영길 의원도 이 대표를 도우면서 이 대표 지지그룹은 ‘친문이 주도하는 연합군’ 성격을 띠게 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지지모임인 ‘낙연포럼’을 광역단체별로 조직하려고 했지만 폭우와 코로나19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지난 5월말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이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셋째)가 결의문을 채택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말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이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앞줄 왼쪽 셋째)가 결의문을 채택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에선 전혜숙(서울), 이개호(호남), 박완주(충청), 최인호(부산) 의원이 전국조직을 챙겼다. 대선 구도가 좀 더 뚜렷해질 때까지 친문 진영의 지지세를 확고히 하고 당권을 기반으로 저변을 키워나간단 게 이 대표 측 전략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재선 의원은 “같이 일해본 경험은 무시 못 할 인연”이라며 “당직이 곧 대선 캠프의 뼈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좌(左)진상 우(右)영진’이 돕는 이재명

이 지사 원내 지지그룹의 좌장은 정성호 의원이다.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1987년부터 33년간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은 세 살 터울이며 서로 ‘형(정 의원)과 아우(이 지사)’로 부를 정도로 가깝다. 최근 2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이 지사가 당 주류와 갈등을 빚을 때도 정 의원은 “보편복지 주장을 끝까지 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지사와 수시로 통화하면서 의견을 나눈다. 이 지사와 중앙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김 수석은 2008년 김진표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보좌관을 지낼 때 당시 상근부대변인이던 이 지사와 원외의 고민을 주고 받으며 가까워졌다고 한다.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 일한 참모다. 이 지사 측에선 ‘좌(左)진상 우(右)영진’이라고 불린다. 2010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출마할 때 지지 선언을 했던 김병욱 의원, 경기도 지역 언론사를 운영했던 이규민 의원도 특수관계다. 다만 이 지사 지지를 표명한 민주당 의원은 4~5명으로 이 대표측과 비교하면 소수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를 지지하면 친문 지지층의 표적이 될 수 있어 당분간 ‘커밍아웃’ 러시가 일어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재명의 맨파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재명의 맨파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책 부문 리더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이 맡고 있다. 이 원장은 2016년 이 지사와 함께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공동번역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내놓는 대부분의 정책은 김재용 경기도 정책공약수석을 거친다고 한다.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초대 의장을 지낸 김 수석은 ‘매니페스토’(선거 정책 공약)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 지사 자문그룹이다.
 

“조직보다는 여론”

2018년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선거 조직을 총괄했던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은 대선 캠프가 차려지면 조직 실무를 책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인사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4월 총선 때 성남 분당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본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최근 이 지사는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부산 연고의 친문 인사인 이재강 전 부산시당 비전위원장을,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에 한총련 5기 의장 출신인 강위원 전 더불어광주연구원장을 앉혔다. PK와 호남 네트워크 형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1년 소부장 기술독립 실현! 소부장 육성방안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병욱 의원, 이 지사, 정성호 의원. 뒷줄 왼쪽부터 김남국, 박상혁, 이규민 의원.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보복 1년 소부장 기술독립 실현! 소부장 육성방안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병욱 의원, 이 지사, 정성호 의원. 뒷줄 왼쪽부터 김남국, 박상혁, 이규민 의원. [연합뉴스]

 
이화영 킨텍스 사장은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 중에서 이 지사가 영입한 인사다. 이우종 경기아트센터 사장, 진석범 경기복지재단 대표, 문진영 경기일자리재단 대표, 백종덕 경기도시공사 비상임이사 등 경기도 내 기관장 10여 명도 대선 때까지 함께 할 참모그룹으로 분류된다. 정의당 출신 이홍우 경기시장상권진흥원장 임명은 친문을 건너뛰고 중도와 진보정당 지지층의 지지를 견인해 내야 하는 이 지사의 고민이 반영된 인선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 측은 “여야와 진영을 넘나드는 지지층을 형성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지사도 친문을 등지고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을 것”이라며 “그 지점이 이 지사의 모든 고민의 출발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성·하준호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