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넘어 亞 슬랙 되겠다” 국내 1위 협업 툴 ‘잔디’의 야망

잔디밭에 편안히 앉아 도란도란 대화하는 동료들. 국내 1위 협업툴 '잔디'가 꿈꾸는 직장의 모습이다. 사방이 탁 트인 잔디에선 윗사람과 옆사람이 하는 일을 쉽게 알 수 있다. 빠르고 수평적인 업무 환경이다.
 
원격근무 도입이 빨라지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열린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협업 도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모바일 협업 앱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이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140억 원을 투자받은 이유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잔디는 업무용 모바일 플랫폼이다. 메신저와 문서관리 기능 등을 제공한다. 서비스 시작 5년 만에 60여 개국 20만 팀 200만 명이 쓰는 국내 최대 협업 툴(사용자 수 기준)로 성장했다. 무신사·해피콜 등 스타트업과 넥센타이어·한양건설 등 임직원 1000명 이상의 중견 기업들이 잔디의 주요 고객사다.
 
김대현 잔디(토스랩)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패스트파이브 선릉점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토스랩]

김대현 잔디(토스랩)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패스트파이브 선릉점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토스랩]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김대현(37) 토스랩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창업 전 티머니 해외사업 영업대표, 티몬 로컬사업부 기획실장을 거치며 중견 기업과 스타트업의 조직문화를 두루 경험했다. 그는 "지금은 소비자 경험만 혁신할 게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경험도 혁신해야 하는 시대"라고 했다.
 

e메일·카톡 업무 사라질까 

왜 창업했나.
티머니와 티몬에서 일할 때, 시시각각 달라지는 의사결정이 조직 전체에 전파되지 않아 생기는 비효율이 많았다. 누군가 밤새 쓴 보고서가 경영진 회의에선 3초 만에 버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조직의 리더가 실력이 아닌 정보 접근성만으로 권위를 세우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경우도 잦았다.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만 공유해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참에 2013년 미국에서 슬랙이 나왔다. 아시아에도 슬랙 같은 서비스가 필요해질 것이란 확신이 들어 창업했다.
 
조직 분위기가 협업 툴 도입만으로 달라질까.
협업 툴은 다같이 있는 공간에 정보를 공유하도록 설계돼있다. e메일, 일대일 대면으로 지시받던 때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전달된다. 협업 툴에 한번 익숙해지면 과거의 수직적 소통으론 돌아갈 수 없다.
 
협업툴 '잔디' [사진 토스랩]

협업툴 '잔디' [사진 토스랩]

꿈틀대는 세계 협업 툴 시장

협업 툴은 최근 떠오른 시장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310억달러(37조원) 규모였던 세계 협업 툴 시장은 2024년 480억 달러(5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중 아시아 시장규모가 약 20조원으로,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협업툴 시장 전망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이 유망하다.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e메일에서 실시간 소통이 되는 메신저(페이스북 메신저·왓츠앱·카카오톡 등)로 옮겼다가, 다시 업무용 협업툴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개인의 삶과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서다. 사실 협업툴 자체가 막 떠오르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서 협업 툴만 따로 떼어 시장 측정을 시작한 게 불과 2018년부터다.
 
토종 협업툴 ‘잔디’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토종 협업툴 ‘잔디’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52시간이 불 지핀 韓협업툴 격돌

한국에서도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웍스, NHN의 두레이 등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이 대거 뛰어들었다. 카카오도 지난 16일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 잔디 외에 플로우(마드라스체크), 팀업(EST소프트), 콜라비 등 스타트업도 여럿이다. 해외 협업 툴 슬랙과 노션도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 협업툴 시장규모는. 언제부터 커졌나.
국내 시장규모는 약 3000억~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협업 툴로 대체될 수 있는 그룹웨어 메신저 등을 포함한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엔 '주52시간제'가 큰 변곡점이었다. 업무량은 똑같은데 근무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불필요한 절차를 쳐내기 위해 협업 툴을 도입한 기업이 많았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데.
그만큼 매력적이고 큰 시장이란 뜻 아니겠나. 긴장은 되지만, 우린 협업 툴에만 집중한다는 자신이 있다. B2B 시장은 B2C와는 다르다. 기업 간 역학관계가 작용한다. 대기업 협업 툴은 매출 50% 이상이 관계사에서 나온다. 반대로 경쟁사가 만든 협업 툴에 업무 자산을 올리려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사업영역이 넓어 경쟁사가 많은 대기업일수록 불리할 수 있단 뜻이다.
 
협업툴 '잔디'를 만든 김대현 토스랩 대표 [사진 토스랩]

협업툴 '잔디'를 만든 김대현 토스랩 대표 [사진 토스랩]

'아시아 슬랙' 여정에 거물급 인사 합류

잔디는 최근 투자 유치와 함께 유명 창업자들과 벤처캐피탈(VC)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신현성 티몬 창업자,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강준열 전 카카오 부사장, 이준효 SBI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클라우드 강자'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와 실리콘밸리서 기업용 챗봇 서비스를 하는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가 자문단으로 합류했다.
 
올해 국내 협업 툴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투자받았다.
잔디는 타사와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유·무료 사용자, 앱 다운로드, 매출 규모 등에서 최소 4~5배, 많게는 30배까지 차이를 벌렸다. 공신력 있는 투자자들이 잔디의 가능성을 인정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잔디에 최근 합류한 사외이사진과 자문단 [사진 토스랩]

잔디에 최근 합류한 사외이사진과 자문단 [사진 토스랩]

새로 영입한 사외이사나 자문단 면면이 화려하다.
적어도 3년, 대부분 5~6년간 잔디를 지켜봐온 사람들이다. B2B 사업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네트워크와 조언을 얻고자 했다. 업력이 짧아 우리 식견만으론 기업 고객들의 고민과 니즈(수요)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아시아의 슬랙'이다. 창업했을 때부터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했다. 현재 대만과 말레이시아에 지사가 있고 일본 현지 고객사 600여 곳을 확보했다. 해외 사용자와 매출을 늘리는 단계다. 종국에는 한국 출신 글로벌 B2B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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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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