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막걸리와 IRP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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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사진 김성일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65)

합리적인 경제적 주체라면 생산의 효율을 위해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를 추구한다. 범위의 경제는 여러 가지 생산품을 동시에 생산해 비용 합리화를 꾀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라는 책에서 막걸리 생산은 범위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재미있는 비유를 했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청주, 탁주, 소주로 구분되는데, 세 종류의 술이 하나의 제조과정으로 만들어지므로 범위의 경제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세 가지 술 제조에 모두 투입되는 재료는 곡물, 물, 누룩으로 똑같기 때문에 범위의 경제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정호는 우리나라 전통주는 청주, 탁주, 소주로 구분되는데 세 종류의 술이 하나의 제조과정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범위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 pixabay]

박정호는 우리나라 전통주는 청주, 탁주, 소주로 구분되는데 세 종류의 술이 하나의 제조과정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범위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 pixabay]

 
이들 재료를 퇴직연금제도에 빗대어 본다면 물은 제도이고, 곡물은 퇴직적립금, 누룩은 자산운용이랄 수 있다. 그 결과물은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 세 가지다. 퇴직연금제도에 적립금을 붓고, 자산운용이라는 숙성을 거치면 노후를 위한 자산증식이 되는 것이 술 제조 과정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나아가 범위의 경제 측면에서 보자면 DB, DC보다 IRP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IRP에 가입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노후대비수단을 얻게 된다. 이것은 DB·DC 가입자를 포함해 누구라도 소득이 있으면 IRP 가입으로 노후대비를 할 수 있다. 또 DB나 DC, 공무원연금 같은 다른 직역연금에서 누리지 못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표1〉에서 보면 연금저축은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지만, IRP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를 700만 원까지 늘릴 수 있다. 물론 IRP에만 세액공제 한도인 700만 원을 납입해도 상관없다.



〈표1〉 IRP 세액공제효과. [자료 김성일]

〈표1〉 IRP 세액공제효과. [자료 김성일]

 
이건 IRP의 가장 큰 장점인데, 자산증식 수단으로 이만한 금융상품도 없지 싶다. 13월의 월급인 세액공제 환급 금액을 공짜 돈처럼 써버리지 않고 온전히 IRP에 재적립해 실적배당형 상품에 자산운용을 한다고 하자. 결론은 아래의 〈표2〉, 〈표3〉과 같이 놀라운 자산증식 효과가 나타난다.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지난 10년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 연평균 수익률 4.8%를 적용했다. 

 
〈표2〉 연봉 5,500만 원 미만의 환급수익 재적립. [자료 김성일]

〈표2〉 연봉 5,500만 원 미만의 환급수익 재적립. [자료 김성일]

 
연봉 5500만 원 이하 가입자가 세액공제 환급액을 납입해 10년간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로 운용한다면 10년 단순 수익률이 45.2%에 이른다. 연봉 5500만 원 이상 가입자도 같은 조건 아래에서 수익률 41.1%를 기록했다. IRP에 가입해 있는 동안 담보대출을 통해 긴급자금을 얻어 쓸 수 있는 건 덤이다.

 
〈표3〉 연봉 5,500만 원 이상의 환급수익 재적립. [자료 김성일]

〈표3〉 연봉 5,500만 원 이상의 환급수익 재적립. [자료 김성일]

 
IRP는 DC·DB와 같은 퇴직연금상품이지만 이들보다 영양가가 많다. 청주·막걸리·소주 가운데 발효주인 막걸리가 IRP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막걸리는 별도로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청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술지게미에 다시 물을 넣어가며 채에 거른 술로 영양가가 높다. IRP는 DB나 DC 가입자가 직장을 이동하거나 퇴직할 때 퇴직금을 수령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가장 똘똘한 노후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IRP와 유사한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가 퇴직연금상품의 대세다. 우리나라도 국민 ‘1인당 1 IRP’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막걸리가 국민 술이듯이 IRP도 국민 퇴직연금상품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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