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니 끝? 나무 뒤덮은 그것들, 내년 '여름 습격' 기다린다

지난 7월 소백산의 한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나방 알집들. [국립공원공단 제공]

지난 7월 소백산의 한 나무에 붙어있는 매미나방 알집들. [국립공원공단 제공]

매미나방, 대벌레, 노래기… 올여름 예년보다 훨씬 많은 수가 등장해 시민들을 놀라게 한 곤충들이다. 서늘한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며 이들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따뜻한 겨울'이 되풀이되면 올해와 유사한 '벌레의 습격' 역시 반복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10일 충북 단양군 소백산엔 환경부와 산림청,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단양군청 관계자들이 모였다. 긴 장대를 들고 해충 박멸의 결의를 담은 띠까지 둘러멘 이들은 산으로 올라 매미나방의 알집을 찾아다녔다. 매미나방의 대규모 번식을 막기 위한 '알집 제거 작전'에 나선 것이다.
 

매미나방부터 대벌레·노래기까지…벌레의 습격

지난 6월 23일 충북 제천시의 한 시민공원 철제 기둥에 달라붙은 매미나방과 매미나방이 낳은 알집. [제천시 제공]

지난 6월 23일 충북 제천시의 한 시민공원 철제 기둥에 달라붙은 매미나방과 매미나방이 낳은 알집. [제천시 제공]

 
이처럼 지자체와 환경 관련 기관이 함께 대대적인 방재 작업에 나선 배경엔 지난 여름 전국을 휩쓴 매미나방의 습격이 있다.
 
지난 7월 충북 제천 시내 곳곳은 매미나방으로 뒤덮였다. 주택가와 마트, 학교까지 수백 마리씩 떼를 지은 매미나방이 출몰했다. 주민이 나서 치우려 했지만, 매미나방의 '인해전술'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매미나방은 인근 지역으로 퍼졌다. 한달여 만에 경기·강원·경북에서도 매미나방 떼가 나타났다. 매미나방 떼가 북상해 서울 주택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여름 매미나방이 출몰한 지역의 면적은 여의도(290ha)의 21배에 달한다.
 
매미나방의 학명(Lymantria dispar)엔 '파괴자'라는 뜻을 담겨 있다. 그만큼 많은 양의 식물을 먹어치워 산림에 큰 피해를 주는 매미나방의 특성을 반영한다. 매미나방은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성충의 몸에서 묻어나는 가루와 유충의 털이 사람에게 닿을 경우 두드러기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 7월 서울 은평구 봉산의 산책로에 대벌레떼가 모여 있다. 왕준열

지난 7월 서울 은평구 봉산의 산책로에 대벌레떼가 모여 있다. 왕준열

대규모로 출현해 시민들을 놀라게 한 벌레는 매미나방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서울 은평구 봉산에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대벌레가 떼를 지어 나타났다. 숲길과 편의시설, 공원까지 점령한 대벌레 무리에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경기도와 충북 남부지역 등엔 '곤충계의 스컹크'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노래기가 집단 출몰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포근했던 겨울의 배신…"대량 발생 반복될지도" 

매미나방 번데기. [충주시 제공]

매미나방 번데기. [충주시 제공]

벌레들이 잇따라 창궐했던 배경엔 지난겨울의 이상 고온 현상이 있다. 매미나방과 대벌레는 가을 무렵 한 마리가 수백개의 알을 낳는다. 해가 지나 봄이 오면 알이 부화한다. 상당수의 알은 겨울 추위에 버티지 못하고 폐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 겨울은 따뜻했다. 겨울 평균 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따뜻한 3.1도를 기록했다.
 
그만큼 알들이 많이 살아남았고, 부화율이 증가했다. 김동언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곤충은 기온이 잘 맞으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날 수 있다. 따뜻했던 지난 겨울이 올해 곤충들의 대규모 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나무에 붙은 알집을 방재 담당 공무원들이 제거하고 있다. [충주시 제공]

나무에 붙은 알집을 방재 담당 공무원들이 제거하고 있다. [충주시 제공]

전문가 사이에선 벌레들의 대규모 출현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올해 많이 늘어난 매미나방과 대벌레가 그만큼 많은 알을 낳고, 오는 겨울이 지난 겨울처럼 따뜻하다면 내년에도 대규모 번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걱정 때문에 지자체와 환경 관련 기관들이 나무에 붙은 알집들을 제거하기 위해 방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해충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언 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곤충이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규모 확산 현상은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면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방제 기술, 약재 등을 개발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