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요하는 구글에 배신감" 정부 규제 원하는 IT업계

"구글이 모바일 앱마켓 생태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합니다. 일정 비용을 내는 것도 이견이 없어요. 하지만 적당한 수준이어야지요. 개방성을 강조하며 애플과 다르다고 주장해온 구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너무 큽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 제목은 '인앱결제(자체플랫폼 결제)를 강제하려는 구글과 디지털 주권'. 최근 국내 IT 기업들이 매달리고 있는 이슈다. 최 대표는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가 "플랫폼만 살고 모바일 생태계는 무너뜨리는 정책"이라며 "규제 당국도 10년 넘은 앱 마켓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한 '인앱 결제를 강제하려는 구글과 디지털 주권' 토론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1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한 '인앱 결제를 강제하려는 구글과 디지털 주권' 토론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앞서 구글은 그동안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게임 앱에만 강제하던 인앱결제(앱마켓 수수료 30%)를 음원·동영상·웹툰 등 콘텐트 전반에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내 IT대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반발하면서 정부는 실태조사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구글에 제동을 걸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재필 미시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사업자 참여가 어려운 앱 스토어 시장에 구글이 부당한 수단으로 개입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개입이 필수적"이라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배타적 거래를 제한하거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중요한 시장정보를 방해하는 반경쟁적 효과가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도 "(앱마켓을) 모바일 운영체제(OS)의 시장 지배력이 미치는 종속시장 문제로 보면 문제가 다르다"며 "약관규제법상 불공정 약관을 적용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조사권을 행사하면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규제 당국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등을 명확히 해주지 않아 글로벌 사업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다"며 "규제 당국의 명확한 판단이 선행되고, 향후 공정위에서 앱스토어 문제를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에 포함시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원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금융기관에서 법정 최대 이자율을 두는 것처럼 플랫폼에도 최대 수수료율을 제한하는 방법을 적용하자"고 의견을 냈다.
 
구글·애플이 장악한 국내 앱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글·애플이 장악한 국내 앱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 "정책 실효성 따져보겠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대책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사업자를 직접 규제하기가 어렵고, 국제통상문제 우려가 있기 때문. 주한 미 상공회의소는 최근 정부의 구글 규제 움직임에 반대를 명확히 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장은 "최근 국회의 입법 움직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9월 1일 부터 실태조사를 시작했고, 구글 본사도 기본입장을 밝힌 만큼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구글의 정책이 시행된 후 '사후'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진성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과장은 "우선은 구글의 결제정책 변경이 이용자 이익을 해치는 금지행위(전기통신사업법 50조)인지 검토 중"이라며 "사후 규제방식이고, 상당한 위법 사실을 밝혀야 적용이 가능하기에 실효성이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구글 인앱결제? 잘 모른다"

 
앱마켓 소비자 인식조사(508명 대상)도 이날 발표에서 공개됐다. 소비자들은 한 달 평균 2만 830원을 모바일 앱에 유료로 쓰고, 이중 절반(47.9%)은 인앱결제를 통해 지불했다. 분야는 모바일게임(53.9%), 음원 스트리밍(45.3%), 동영상스트리밍(31.1%), 웹툰 및 웹소설(30.3%) 순이었다.
 
음원·동영상·웹툰·웹소설 앱은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면 구글 앱마켓에 내야하는 수수료율이 30%로 오른다. 앱 개발사들은 콘텐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대부분 사용자는 구글의 가격 정책이나 결제 과정을 잘 모르고 있었지만, 설문 과정에서 정책 변화를 알려주자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며 "소비자도 생태계의 한 축인만큼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수수료율 30%에 대해선 조사 응답자의 86.7%가 '많다(매우 많음, 많음, 약간 많음)'고 답했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응답은 59.4%였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구글·애플의 과도한 수수료(30%)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은 구글·애플의 과도한 수수료(30%)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가격 규제보단 경쟁 촉진해야"

 
구글은 인앱결제 확대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상당수가 전기통신법 등 현행법을 강화하는 쪽이다. 그러나 관련 정부 부처에선 판단에 필요한 객관적 정보가 부족하니 '실태조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경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도 동일한 적용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 있다.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팔면 구글이 판매액의 30%를 가져가고, 카카오가 40%를 가져가는데 왜 구글만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필 교수는"규제기관이 직접 가격규제에 나서기보다는 반 경쟁성을 지적하고, 인앱결제의 대안이 되는 제도나 경쟁을 촉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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