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딸 방치해 숨지게 한 부모…갑작스런 아내의 죽음

[중앙포토]

[중앙포토]

2017년 결혼한 동갑내기 부부는 3살짜리 아들과 생후 3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었다. 회사에 다니는 아내 A(28)씨 대신 아이 양육은 남편 B씨가 거의 도맡았다. 지난해 4월 아내는 남편에게 “밖에서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B씨는 저녁 6시쯤 딸에게 분유를 먹인 후 엎드리게 해둔 채 외출했고,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다. 아내는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시러 이동해 그날 외박했고, B씨는 저녁 8시 30분경 집에 도착했지만 딸의 상태를 전혀 살피지 않은 채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다시 “아침을 먹자”고 연락했고, 식사하고 돌아온 B씨는 오전 9시 30분쯤이 되어서야 딸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은 사망할 당시 기저귀를 제때 갈아주지 않아 엉덩이 피부가 다 벗겨진 상태였고, 기저귀에는 혈흔이 묻어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들 역시 곰팡이가 묻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몸에서 악취가 많이 났다고 진술했다. 집안은 소주병과 담배꽁초들이 방치된 상태였다. 평소에도 아이들만 집에 두고 외출하는 일이 잦아 이웃 주민이 신고하기도 했다. 그 주민은 “집에 술병이 널브러져 있어 쓰레기장과 같았다”고 전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직장생활로 인해 남편에게 양육을 맡겨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자녀들을 유기하거나 양육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엄마와 아빠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B씨가 딸을 보호자 없이 집에 두고 나온 사실을 알았음에도 A씨가 바로 집에 돌려보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지인들과 술을 마시러 가 외박을 한 점을 종합하면 아내 역시 아동학대 범죄의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두 사람이 부모로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조치만 했더라도 딸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A씨가 모든 책임을 남편에게 돌리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남편은 징역 5년을, 아내는 딸이 사망할 당시 직접 어떤 행위를 하지는 않은 점을 고려해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이 난 지난해 11월 셋째를 임신 중이었던 A씨는 항소심 재판 도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출산을 위해 구치소에서 잠시 나왔다가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A씨에 대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법정에 홀로 남은 남편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징역 4년형으로 감형했다. 2심은 “딸이 생후 4개월을 채 살아보지 못한 채 친부모의 방치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1주일에 2~3회 이상 외출해 술을 마시는 등 우연히 딸이 사망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B씨가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재판받던 배우자가 사망하는 또 다른 비극을 겪어 추후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3부(재판장 민유숙) 역시 원심이 옳다고 판단했다. 딸의 부검결과 사인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엎드린 자세가 유지되면서 이부자리에 코와 입이 막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B씨의 유기행위로 인해 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봤다. 또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를 했다거나 딸에게 애정을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시 1세에 불과했던 딸의 건강과 안전, 행복을 위해 필요한 책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