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끼며 삐끗···文 외친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 없었다

22일 서울의 한 통신사 매장에 걸린 통신비 지원 관련 현수막. 뉴스1

22일 서울의 한 통신사 매장에 걸린 통신비 지원 관련 현수막. 뉴스1

추석 전에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지킬 수 있었지만,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이라는 취지는 결국 흐릿해졌다.

 
 여야는 22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추석 전에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아동 특별돌봄 지원금 등의 지급이 가능해졌다.
 
 4차 추경 편성을 시작할 때부터 정부와 여당은 ‘속도’를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민이 명절 전에는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여야는 ‘전 국민 통신비 2만원’과 ‘전 국민 독감 무료접종’을 두고 다투며 추경안 처리를 질질 끌었다. 이번 지원금이 ‘긴급 아닌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이유다.
 
 실무 절차상 추석 전에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도 여야는 정치적인 합의를 주고받았다.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추경안을 의결한지 12일 만이다. 9300억원이 드는 통신비 2만원 사업은 5200억원가량 삭감됐지만 대상을 만 16~34세와 65세 이상으로 줄이면서 살아남았다. 줄인 예산으로는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확대한다. 아동 특별돌봄 지원금도 중학생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산을 줄여도 줄인 게 아닌,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꼴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 유흥주점과 콜라텍 등 집합금지업종과 법인택시에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 등을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또 의료인력 상담·치유 및 교육·훈련비용, 사각지대 위기 아동 보호 강화를 위한 예산을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지급 시점도 무조건 추석 전은 아니다. 일부 소상공인 지원금과 돌봄 지원금 등은 추석 전 지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긴급고용지원금·청년특별구직지원금 추가 신청자는 11월에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행정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올해 창업한 소상공인 등도 빨라야 다음 달에나 지원금을 받는다. 실직·폐업 등으로 위기 상황에 부닥친 가구가 신청하는 ‘긴급 생계 지원비’는 11~12월에나 받을 수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피해 맞춤형 추경이란 애초 취지도 무색해졌다. 전 국민 통신비 사업이 끼어들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에게 통신비 지원 사업을 제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통신비를 국민께 말씀드린 만큼 도와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끝에 추경에 들어가는 돈은 200억~3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에 정부가 써냈던 7조8000억원의 0.3~0.4% 수준이다. 이번 추경은 전액을 빚으로 충당한다. 정부는 당초 4차 추경을 위해 7조5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올해 본예산을 편성할 당시 39.8%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까지 빠르게 오른다.
 
 예산안이 정치권의 주고받기식 정치공학에 휘둘리면서 결국엔 부실한 예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번 4차 추경처럼 예산안 처리 막판에 사업이 추가되거나 바뀌게 되면 사업 심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오랜 토론을 거친 정책이 아닌 정치권의 즉자적인 합의 방식이 반복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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