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겨냥 "답정너"…기업규제법·당색 계기로 폭발하는 野

22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

22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

 
“여러 의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리라 본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당내 불만 여론에 대해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22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생각이 어떻다는 걸 최대한 반영하는 것을 전제로 비대위 활동을 하고 있다”며 “솔직하게 말해서 제가 개인적, 정치적 목적을 추구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 패배 당시 느꼈던 긴장감과 위기감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에서 겪어보지 못한 큰 패배를 당이 겪었고, 특히 서울에서 엄청난 패배는 당 존립에 대한 커다란 경고”라며 “아직 3040 여론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현명한 국민은 이 당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이냐, 형식적 구호만 낼 것이냐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가급적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의총 도중 잠시 회의장을 나온 김 위원장은 “의원들과 소통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통이란 게 무엇이냐”며 “내가 일일이 의원님들 한분 한분을 찾아다녀야 소통이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원내 인사들과 소통 창구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엔 “그래서 비대위에 의원 네 분이 와 있지 않나. 그분들을 통해 의원들 생각이 어떻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라고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에서 모두 발언 외엔 말을 아꼈다고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의총은 4차 추가경정예산 보고, 당 상징색 의결을 위해 소집됐지만, 김 위원장이 자신을 둘러싼 당내 잡음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에 더 관심이 쏠렸다. 앞서 김 위원장이 정부ㆍ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흔들리는 시장경제를 지켜야 하는 보수 정당 본연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당내 우려가 터져 나왔다. 원내지도부에서도 기업규제 3법과 당색 변경을 놓고 부정적 기류가 흐르면서 김종인-주호영 갈등설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이날 당내 불만을 끄집어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시작된 갈등을 봉합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기본소득, 경제민주화 등을 추진하며 보수당 정체성과 궤를 달리하는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과 의심이 기업규제 3법과 당색 논란을 계기로 폭발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이다.
 
실제 이날 의총에서 당색이 확정될 계획이었지만, 일부 의원의 반발로 또 연기됐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대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가 아닌 답너정(답은 너가 정하라)의 자세로 당내 민주주의에 신경써달라”고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조선시대 예송 논쟁의 본질이 ‘상복(喪服) 기간’이 아닌 왕권 다툼이었듯, 당색 논쟁도 현재 당 주류인 김 위원장과 당내 비주류간의 헤게모니 싸움이 본질”이라고 해석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그럴듯하게 경제민주화는 이야기하면서, 정작 정당 운영의 기본인 정당민주화는 지키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당 쇄신이 중진 반발에 좌초되면 ‘구태 정당’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김 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사실과 아주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