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 목숨 앗은 디지털교도소…운영자 베트남서 붙잡혔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사이트인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가 베트남에서 붙잡혔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캡처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캡처

 
경찰청은 23일 "국제형사경찰기구(ICPOㆍ인터폴)와의 공조를 통해 22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베트남 호치민에서 3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올해 3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운영하며 성범죄와 아동학대 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 범죄와 무관한 이들의 신상도 일부 공개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 검거는 경찰이 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한 지 20여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경찰청이 디지털 교도소 전담 수사기관으로 지정한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1일 A씨가 해외에 체류 중인 것을 확인하고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지난해 2월 출국한 것으로 확인되는 캄보디아의 인터폴과 공조 수사를 개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청 인터폴계는 지난 7일 캄보디아에 머물던 A씨가 베트남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베트남 공안부에 설치된 코리안데스크에도 A씨에 대한 검거를 요청했다. 2015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베트남 코리안데스크는 베트남 공안 4명으로 구성된 한국인 사건 전담부서다. 인터폴도 같은 기간, A씨에 대한 적색수배서를 발부했다. 경찰이 갖고 있던 자료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A씨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분석한 끝에 지난 22일 베트남 공안은 귀가하던 A씨를 검거했다.
 
인터폴 로고. 중앙포토

인터폴 로고. 중앙포토

 
경찰청은 “베트남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근거로 범죄인 체포가 가능한 국가 중 하나”라며 “특히 디지털 교도소 관련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베트남 공안부 측에서 이례적으로 적극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 학생 B씨가 지난 3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B씨가 누군가에게 지인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달라고 요청했다며 B씨의 사진, 학교, 전공, 학번, 전화번호 등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B씨는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링크를 눌렀는데 그 때 해킹을 당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한 대학 교수도 성 착취 영상물을 구매하려 했다며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지만, 허위 제보로 밝혀지기도 했다.
 

경찰은 A씨에 이은 디지털 교도소 2기 운영진도 공범으로 간주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8일 오후 예고 없이 폐쇄됐던 디지털 교도소는 사흘 뒤인 11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자신을 2기 운영자라고 밝힌 이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이어지지만 대한민국의 성범죄자들은 그 죄질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의 징역을 살고 나면 면죄부가 주어진다”며 사이트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