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박물관 유물 훔쳐놓고 "내가 주인이오" 외친 콩고인

콩고에서 태어난 음와줄루 디야반자(42·Mwazulu Diyabanza)는 지난 6월 12일 파리에 위치한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 아프리카 전시물을 들고 나가려다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콩고에서 태어난 음와줄루 디야반자(42·Mwazulu Diyabanza)는 지난 6월 12일 파리에 위치한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 아프리카 전시물을 들고 나가려다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이 사건에 도둑이 존재한다면, 피고인 측이 아닌 원고인 측에 앉아있습니다.”
 
프랑스의 한 박물관에서 전시물을 훔친 혐의로 재판을 앞둔 음와줄루 디야반자(42·Mwazulu Diyabanza)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의 말이다.
 
콩고 출신의 디야반자는 ‘판 아프리카니즘(Pan-Africanism)’ 운동가다. 판 아프리카니즘이란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을 위해서 대륙 전체가 통합해야 한다는 신념체계다.   
 
디야반자는 지난 6월 12일 파리에 위치한 케 브랑리 박물관에서 설치된 아프리카 유물을 꺼내 가지고 나가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어 7월 30일에도 마르세유의 한 박물관에서 상아로 된 아프리카 전시물을 가져가려다 경찰에 넘겨졌다. 그는 이번 달 30일 파리에서, 11월 마르세유에서 각각 재판을 받는다.
 

디야반자 “내 고향에 있어야 할 유산, 프랑스가 강탈”

 
일반 도둑들과 달리 디야반자는 4명의 동료와 함께 박물관에 들어가 유물을 꺼내고, 박물관 경호원들에 의해 체포되는 장면까지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과거 프랑스의 식민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디야반자는 한 인터뷰에서 “내 고향에 있어야 할 유산을 강탈하는 바람에, 돈을 내고 이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 브랑리 박물관은 도둑질한 물건들을 전시하는 곳”이라며 “주인이 자신의 소유물을 발견해 다시 가져가려고 한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콩고 출신 '판아프리카니즘' 활동가 음와줄루 디야반자가 파리에 위치한 케 브랑리 박물관에 설치된 아프리카 전시물을 꺼내려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콩고 출신 '판아프리카니즘' 활동가 음와줄루 디야반자가 파리에 위치한 케 브랑리 박물관에 설치된 아프리카 전시물을 꺼내려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쳐]

디야반자 측 변호사도 “디야반자의 행위는 절도가 아닌 정치적 입장 표명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달 열리는 재판에서 우리는 노예제와 식민주의를 재판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佛 “아프리카에서 약탈한 문화재 돌려줘야”···정작 돌려준 건 한 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1월 프랑스가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의뢰한 연구 결과로, 프랑스 문화재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AFP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프랑스 내 문화재가 식민 통치 기간에 획득됐을 경우 국가 간 협정을 통해 영구 반환할 수 있도록 문화재 관련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가 아프리카에 실제로 반환한 유물은 단 한 점. 지난해인 2019년 식민통치 시절 약탈했던 19세기 저항운동 지도자의 칼을 세네갈에 돌려준 것이 전부다.
 
디야반자는 “우리는 유산을 잔인하게 빼앗겼다”며 “우리 예술품과 유물이 갇힌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가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