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조작' 벨라루스 대통령 기습 취임…"익살 광대극" 조롱

26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6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기습 취임식을 벌였다. 6번째 연임으로, 루카셴코는 1994년부터 26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예고 없이 취임식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취임식은 바로 우리 모두의 확실하고도 중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라고 자축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그저 한 명의 대통령을 뽑은 게 아니다. 우리는 벨라루스의 가치와 평화로운 삶, 주권과 독립을 수호해낸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더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열린 대선에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와 맞붙었다. 야권에 전폭적인 지지가 쏟아지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개표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몰표를 받은 것으로 나와 ‘선거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유럽연합(EU)는 벨라루스 대선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벨라루스 전 야권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벨라루스 전 야권 대선 후보. AFP=연합뉴스

 
벨라루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취임을 공개 비난했다.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티하놉스카야는 영상 성명을 발표해 “이 ‘자칭 취임식’은 하나의 익살 광대극(farce)”이라면서 “나야말로 벨라루스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유일한 지도자이며, 우리의 임무는 벨라루스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정권 이양을 위해 만든 조직인 조정위원회 간부 파벨 라투슈코 전 문화부 장관도 “(취임식에) 행복한 시민들은 어디 있냐. 외교관들은 또 어딨냐.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취임식은 마피아들이 새 대부를 추대하기 위해 모인 것 같이 보였다”고 질타했다.  
 
벨라루스 이웃 국가들도 가세했다. 리나스 린케비치우스 리투아니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익살 광대극 같은 일이다. 조작 선거. 조작 취임식. 벨라루스 전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반 코르촉 슬로바키아 외교부 장관도 “그는 벨라루스를 이끌 아무런 정당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23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취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23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취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 집회 현장 모습.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 집회 현장 모습.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취임식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자 23일부터 민스크 등 벨라루스 국내 곳곳에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 벨라루스 당국은 물대포를 배치하고 전경을 투입해 시위대와 대치 중이다. 영국 BBC 방송은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로 다친 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 집회현장의 모습. 한 집회 참가자가 '벨라루스여 영원하라' '이제는 가버릴 시간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 집회현장의 모습. 한 집회 참가자가 '벨라루스여 영원하라' '이제는 가버릴 시간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