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무원 형 "軍 엉뚱한 곳 수색…개죽음 아니면 뭔가"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공무원증과 지갑. 사진 채혜선 기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공무원증과 지갑. 사진 채혜선 기자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됐다가 북측의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공무원의 유가족은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사망한 것"이라고주장했다. 또 유가족은 해당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동생 실종 후 군이 엉뚱한 장소서 수색" 

A씨가 공개한 국방부 자료. 실종 추정 시간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채혜선 기자

A씨가 공개한 국방부 자료. 실종 추정 시간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채혜선 기자

 
해수부 공무원 이모(47)씨의 큰형 A씨(55)는 24일 중앙일보와 만나 “국방부가 동생의 실종 시간 예측에 실패해 무고한 국민을 죽게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동생 이씨가 실종된 지난 21일부터 인천 연평도로 이동해 실종 수색에 참여했다. A씨는 국방부와 해양경찰에게서 받았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국방부가 실종 시간을 21일 오전 11시 55분으로 추정했는데, 실제 실종은 이날 오전 2~3시쯤 발생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초 실종 추정 시간과 국방부가 보는 시간이 7~8시간 차이가 난다. 국방부는 신고 시간을 실종 시간으로 보고 있다”며 “조류가 24시간 중 6시간 간격으로 4번 바뀌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버리면 엉뚱한 장소를 수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실종 추정 시간인 21일 오전 2~3시 대연평도 경계초소에서 동생을 발견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때 동생이 월북이든 실족이든 북으로 흘러가는 걸 막았어야 한다. 경계근무 당시 열 감지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거나 경계병이 근무를 잘못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생은 월북할 만큼 독하지 않아"  

동생의 월북 가능성도 부인했다. 그는 “기진맥진해서 북에 도착했을 동생이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0년 넘게 봐왔지만, 동생은 독한 아이가 아니다”라며 “자국민이 북한 해역에서 총살을 당했는데 이게 개죽음을 당한 게 아니면 뭔가. 정부가 충분히 살릴 수 있었고 구조할 수 있었는데 잘못된 예측으로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이 이씨가 구명 조끼를 입고있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선박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당연히 입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박했다. 
 
실종 이씨와 형이 나눈 마지막 대화. 채혜선 기자

실종 이씨와 형이 나눈 마지막 대화. 채혜선 기자

 
A씨는 동생과 지난 19일 나눈 마지막 메시지도 갖고 있었다. 숨진 이씨는 형에게 “해줄 것같이 얘기해놓고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어. 여기저기 약속만 해놓고 기다려달라 얘기했구만은”이라고 적었다. 형은 동생에게 “알았으니 있어 봐”라는 답을 남겼다. 
 
A씨는 “정부의 감시 시스템 오작동과 군의 경계 근무 실패 때문에 동생이 사망했다. 월북이라고 몰아가는 건 사자(死者)와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 그런데 당시 조류로 인해 떠내려간 동생을 지켜만 보고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말했다.  
 

"병환중인 노모에 알려드리지도 못 해" 

A씨에 따르면 2012년 해수부에 입사한 동생 이씨는 원래 원양어선 선장 일을 했었다. A씨는 5남 2녀 중 넷째인 이씨와 평소 연락도 자주 주고받았다고 한다. 월북 관련 징조를 평소에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또 이혼 여부나 개인 채무 관계에 대해선 “중요한 본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A씨는 “정부의 발표로 유가족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만 살아계시는데 병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충격을 받으실까 소식도 알려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혜선·정진호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