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공무원 피격..뭔가 설명이 더 필요해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

북한이 남한 공무원을 사살했는데, 북한은 조용하고 남한은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오늘(27일) 시신을 찾고있는 남한에‘북 영해 침범하지말라’는 경고장을 보내왔습니다.  
트집입니다. 북한이 말하는 영해는 자기 맘대로 그은 해상군사분계선을 말합니다. 현재 사실상 국경선인 북방한계선(NLL)보다 한참을 내려와 서해5도 주변바다를 모두 자기네 바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NLL 북쪽으로 올라간 적이 없는데, 북한은 자기네 영해 침범한다고 경고합니다.  
 
2.

억지 경고장은 진상규명이 이미 물 건너갔음을 재확인해줍니다.  
6ㆍ25 이후 국경선인 NLL을 갑자기 문제 삼는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의 표현입니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아래만 수색하라면 시신을 찾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공동조사에 대해선 일언반구 얘기가 없습니다.

 
오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요청’을 했기 때문에 또 어떤 반응이 올지는 지켜봐야겠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든 진상을 규명할 정도의 공동조사는 없을 겁니다. 진상이 규명되면 북한의 책임은 더 명확해질 테니까요.  
김정은의 사과에 대해 북한 매체는 침묵 중입니다.  
 
3.

북한에 읍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입니다.  
 
첫째. 국방부의 면피주의.  
국방부는 사건 발생 직후 비교적 소상한 설명과 분명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공무원이 월북했고, 북한이 이를 확인했고, 예인하다가 실패해 표류했고, 다시 찾은 다음 상부의 지시에 따라 사살했고, 마지막으로 시신에 불질렀다..그래서 분노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과정은 첩보활동, 특히 감청을 통해 확인한 것이기에 거의 사실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 과정에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습니다. 월북자니까, 북한이 데려갈테니까..그래서 마지막엔 그럴 줄 몰랐다..입니다. 지금은 이 사실관계마저 얼버무립니다.  
 
4.

둘째.여권 핵심들의 북한감싸기.  
공무원이 피살되고, 시신까지 훼손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 않는 고위관계자들의 문제입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새벽시간이라 보고 못했다’‘관계장관회의 내용 정리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습니다.

확인된 시간은 저녁 10시30분입니다. 이 정도 사안이면 당장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직접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야 합니다. 그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죠.

 
북한에 우호적인 생각이 뿌리깊은 탓에 이런 참사를 겪고도 ‘김정은은 계몽군주’(유시민 평론가)라는 얘기가 나오고, 문 정부의 원로책사들이 웃음으로 동조하는 동영상이 가능합니다.

 
5.

세째. 대통령의 무감각.  
대통령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물론 오늘도 청와대 관계장관회의 직후 서주석 NSC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지않는다’고 잘랐습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묻지도, 전해듣지도 못합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청와대를 광화문 청사로 옮기고 수시로 기자들과 만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도 기자회견하는 것은 맘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런 중요한 사건에 직접 안나서는 속마음을 모르겠습니다.

 
6.

마지막으로 박지원 국정원장의 꿍꿍이. 도대체 알 수 없지만 몹시 걱정됩니다.

 
박지원 원장이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김정은 사과 전문이 국정원을 통해 접수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과의 채널이 다 끊어졌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또 남북 정상간에 덕담을 잔뜩 담은 친서가 오간 것도 국정원 작품으로 알려졌습니다.  
채널을 회복하고 친서를 교환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뭔가 앞뒤로 설명이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6월 북한의 기세로 봐서 채널회복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또 친서교환이 흔히 있는 일도 아니니까요.  
 
7.

박지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노벨평화상을 받게한 일등공신입니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그 과정엔 불법송금이 작용했습니다. 혹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죠?  
사과전문과 친서는 모두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떠나질 않아 불안합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