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개천절 車집회 면허취소? 법 근거 있나"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뉴스1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 뉴스1

정부가 오는 10월 3일 개천절에 차량집회를 강행할 경우 운전면허 정지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법적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태규(53·사법연수원 28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로교통법 93조의 운전면허 취소조항에 차량시위가 취소사유가 된다는 직접적인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아무리 상세하게 규정한다고 해도 그런 것까지 예상하고 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의 글은 27일 현재 삭제된 상태다.
 
앞서 25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개천절 집회 참석 운전자에 대한 체포·면허정지·취소 등을 할 것이라 예고한 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도 27일 "불법 집회 참여자는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고, 운전면허 정지 등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운전면허의 취소·정지'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93조엔 음주운전·인사사고 등 20여 가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집회 참가'는 그 사유에 없어 국민 권리침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김 부장판사의 지적이다.
 
그는 ▶차량 집회 행위가 집회나 시위의 범위 내에 포섭이 되는지 ▶포섭이 된다면 그러한 행위가 어떻게 위법한 행위가 되는지 ▶도로교통법 제93조 개별 항의 어디에 해당해 면허취소 사유가 되는지 ▶면허 취소 행정처분이 행정법상의 원칙을 위반하는 점은 없는지 ▶행정소송으로 법원의 판단이 이뤄질 때 납득할 만한 수준인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민의 공복이 감히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때는 신중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의 의무이고 태도"라며 "이런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차를 타고 모이기만 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말한다면,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법을 아는 것은 아니니, 아무래도 경찰청장으로부터 정확한 해당 법률조항과 법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심대(甚大)한 침해를 우려함이지, 해당 집회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