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열' 증시보다 돈 더 벌었다, 올 美채권 반전 수익률

지난 3월 미국 주식시장 폭락 당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주식시장 폭락 당시 트레이더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채권에 대한 통념이지만, 적어도 올해 미국 금융권에선 통하지 않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수익률은 주식보다 채권이 높았다. WSJ은 “2020년은 (팬데믹으로) 모든 게 뒤죽박죽인 해”라며 “이 와중에 채권이 주식에 한판승을 거뒀다”고 표현했다.    
 
올해 미국 주식 시장은 지난 3월말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상승을 거듭해왔다. WSJ가 “분노의 랠리”라고 명명할 정도로 이상과열 장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얼어붙자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돈을 풀면서 흘러넘친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든 결과다. 
 
올해 미국의 3대 지수는 최고치 경신을 거듭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NASDAQ), 우량주 클럽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각 업계 대표주자만 모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모두 올랐다. 그러나 4분기 시작을 앞두고 손익 계산을 해보니 상승 폭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1분기(1~3월) 성적이 워낙 안 좋았던 까닭이다. 
 
WSJ이 투자 정보 분석 업체인 팩트셋(FactSet) 데이터로 산출한 바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올해 상승 폭은 2.1%에 그쳤다. 다우존스는 4.8%였다. 그나마 애플ㆍ테슬라 등 올해 가장 ‘핫’한 종목이 포진한 나스닥은 22%의 성과를 거뒀다. 
미국 주식 vs 채권, 수익률에선 채권이 이겼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주식 vs 채권, 수익률에선 채권이 이겼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오히려 채권의 선전이 눈에 띈다. 피델리티 미국 채권 인덱스펀드는 올해 7.1%, 아이셰어즈(iShares) 미국 채권 ETF는 9% 상승했다. 어떤 종목을 골라야 할지 노심초사하며 직접 투자에 나선 주식 투자자보다 안정성을 위해 채권을 택한 투자자가 더 큰 수익을 거둔 것이다. 
 
2~3분기 과열됐던 미국 증시가 9월 초부터 조정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해 4분기 폭락을 예견하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채권 투자에도 눈을 돌려볼 만하다는 얘기다.  
 
사실 채권 수익률이 개별 주식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건 역사적으론 놀랄 일은 아니다. 약 700억 달러(약 82조원) 규모의 채권 펀드를 굴리는 스캇매더 핌코 채권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는 WSJ에 “사람들은 으레 채권이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인 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라며 “채권이 꽤 쏠쏠하다는 걸 모르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통계를 봐도 그렇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S&P500의 지난 20년간 평균 수익률은 4.25%다. 같은 기간 채권을 기반으로 한 토털 리턴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07%였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를 2000년 9월에 샀던 투자자는 5.70%의 수익을 손에 쥐었다. 
 
미국 국채 시장의 가장 큰 손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인 것도 채권의 매력을 부각하는 요소다. WSJ은 “안정적 수익과 변동성을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에도 대응하는 수단으로 채권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내놨다. [중앙포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내놨다. [중앙포토]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