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지문 함구했다는데···"北, 공무원 신상 파악 월북 맞다"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해양경찰청 관계자가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해경이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측이 지난 25일 보낸 통지문에서 ‘피살 공무원이 도주하려 했으며, 북한 측의 단속 명령에도 함구하고 불응해 총격을 가했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해경은 29일 어업지도 공무원 실종 관련 수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피살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이 높다며, 그 근거로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나이·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해경의 설명에 따르면 실종 공무원은 북측 해안 쪽으로 의도적으로 이동해 북측에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월북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무원 피격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2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 피격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보도를 2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설명은 달랐다. 통지문에서 북측은 “우리측 연안의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확인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또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만 하고 불응하기에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며 이에 따라 사격이 이뤄졌다고 했다. 북한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실종 공무원이 북측에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월북 의사를 타진할 새가 없다.

 
해경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 기간원이 피살 공무원의 이름, 나이, 월북 의향, 신분을 다른 기간원에게 보고한 것을 군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것도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닌 국방부 자료를 확인한 후 내린 결론이다. 국방부는 어떻게 해당 공무원의 신상정보 및 월북 의사가 북측에 전달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공개한 북한 통지문
청와대 앞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령해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데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으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하였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합니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우에 없었으며 많은 량의 혈흔이 확인되였다고 합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하였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습니다.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였습니다.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리해를 바랍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2020년 9월 25일
이병준·심석용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2020년 9월 29일
애초 기사에는 '이름·나이·고향·키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파악하고 있었다'고 해경이 밝혀 보도했지만, 이후 해경이 '키'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정정해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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