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김정은 화성-16 자신감, 한반도 전쟁 위험 더 커졌다

‘괴물’ ICBM에 숨은 비밀 코드

북한이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화성-16으로 명명될 이 미사일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 화성-16의 성능 검증은 하지 않았지만, 외형상으론 미국 전역을 강타할 수 있는 성능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땐 ‘별거 아니다’라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진심으로 실망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화성-15보다 더 길고 굵어 ‘괴물(monster)’로 불린 화성-16엔 숨은 비밀코드가 있다.
  
[코드1] 화성-15의 짧은 사거리 극복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서 공개된 신형 ICBM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서 공개된 신형 ICBM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바퀴 축이 9개인 화성-15를 11개짜리로 늘린 이유는 사거리 때문이다. 2017년 11월 시험 발사한 화성-15는 당시 고도 4475㎞를 솟구친 뒤 950㎞를 날았다. 전문가들은 화성-15의 사거리를 1만3000㎞ 이상으로 보았다. 이 사거리면 북한에서 쏘아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화성-15에 장착할 탄두 무게가 늘면 사거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인도 우주발사체·미사일 전문가인 찬드라세카르 교수(인도 전략안보연구계획·ISSSP)에 따르면 화성-15의 탄두가 300㎏일 경우엔 사거리가 1만3000㎞ 이상으로 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그러나 500㎏일 때 북한에서 로스앤젤레스(LA)까지 날아간다. 탄두가 600㎏이면 9300㎞로 더욱 준다. 북한에서 쏘면 미 서부해안의 샌프란시스코에 겨우 닿는다.
 
북한의 고민은 300㎏짜리 탄두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 효과도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수소탄 1발을 실은 탄두 케이스가 대기권에 안정적으로 재진입할 정도가 되려면 탄두 전체 무게가 500∼600㎏이 된다는 게 찬드라세카르 교수의 분석이다.(『The Hwasong 15- A threat to the US mainland』) 그럴 경우 화성-15는 겨우 LA까지 보낼 수 있다. 이걸로는 미국을 협박하기에 부족하다. 더구나 작은 핵탄두 2∼3발을 넣는 다탄두 구조로 만들면 탄두 무게가 1t으로 늘어난다. 화성-15를 미국까지 날려 보내기엔 턱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태연했던 이유다. 그래서 그는 김정은을 달래면서 ICBM을 더는 개량하지 못하게 자제시켰다.
 
그런데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배신했다. 북한이 이번에 선보인 화성-16은 길이 24m에 직경 2.5m로 화성-15에 비해 길이가 2m, 지름은 0.5m 더 커졌다. 화성-16의 총중량은 120t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료만 100t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뮌헨공대 쉴러 교수 트위터) 화성-15에 채우는 연료 69.5t의 1.4배다. 따라서 연료가 많아진 만큼 사거리도 길어진다. 화성-16의 탄두 중량은 1t 정도로 추정된다. 다탄두 구조가 가능해 뉴욕과 워싱턴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배신감을 느끼고 열을 받는 건 당연하다. 그동안 김정은을 어르며 달랜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그것도 미 대선을 3주 앞두고서다.
  
[코드2] 북·미 협상 파탄나면 화성-16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셈
 
요격 개념

요격 개념

김정은이 화성-16을 통해 보여준 또 하나는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확실한 의지다. 그는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기’라고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전쟁억제력’이라고 했다. 전쟁억제력은 전략적인 능력, 말하자면 전략무기(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6)로 구현한다.(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김 위원장은 전략무기의 사용 대상을 “적대세력”이라고 했는데 ‘적대세력=미국’이다. 또 전쟁억제력을 선제적으론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북한을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미 대선 이후 북·미 핵협상이 완전히 파탄이 나거나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면 화성-16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의지를 더 굳히기 위해 화성-16과 잠수함용 신형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A를 흑백으로 도색했다. 일반적으로 흑백 무늬의 미사일은 시험용이다. 따라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화성-16과 북극성-4A를 시험 발사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종의 협상 카드다. 북한이 화성-16을 시험 발사하면 미국이 설정한 레드 라인(Red Line)을 넘는다.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으면 미국은 자국 영토를 공격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그땐 미국이 북한에 군사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민도 없지 않다. 북한이 다탄두형 화성-16을 쐈을 때 요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미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3∼4개 탄두를 실은 북한 ICBM(화성-16)을 공중에서 파괴하려면 12∼16개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며 “10억 달러가 든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에 배치된 요격미사일 기지에선 적이 쏜 탄두 1개를 우주 공간에서 파괴하기 위해 4발의 요격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다. 루이스 박사는 “미국이 요격미사일을 추가로 구매하기 전에 북한이 탄두를 더 빨리 확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드3] 국방부의 근거 없는 자신감
 
북한 ICBM의 사거리

북한 ICBM의 사거리

김 위원장은 화성-16과 북극성-4A의 사용 대상을 미국으로 삼는 대신, 한국은 포섭 대상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아예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한국의 보호자인 척했다. 김정은 연설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남녘 동포”“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로 표현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기분은 그다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남북관계 복원하자는 북한 입장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열병식에 나온 북한 신형무기는 언급하지도 않았다.
 
국방부는 지난 13일 “북한이 공격했을 경우 원점 타격해 무력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의 이스칸데르-M급 단거리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막을 수단이 거의 없다. 중고고도 요격 미사일 L-SAM도 2025년 이후에야 개발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더 심각한 것은 화성-16을 가진 북한의 핵 위협이다. 다음 달 3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든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되든 북핵 해결은 어렵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북한 비핵화는 동결과 함께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북한도 핵을 보유한 채 미국과 공존하려는 게 기본전략이다.(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반대로 바이든이 당선되면 민주당 정책에 따라 대북제재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 궁지에 몰린 북한은 한국을 볼모로 미국을 협박할 가능성이 있다.
  
[코드4] 북 핵에 선제타격전략 세워야
 
북한이 백령도나 김포, 강원도 등 애매한 전방지역에 소형 핵탄두를 투하한 뒤, 미국은 한국을 돕지 말라고 경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우산을 가동하면 뉴욕과 워싱턴에 화성-16이 날아간다는 엄포다. 동시에 북한은 한국에 항복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위기에 미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지키겠느냐는 것은 의문이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이 한국을 위해 희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대학 군사전략연구실 장용 박사도 “동맹국이 핵 공격을 당했을 때 미국이 핵 보복을 즉각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며 핵우산에 회의적이었다. (장용 『전시 북한의 핵무기 사용 억제를 위한 군사전략 연구』) 장 박사는 “북한의 핵 사용을 미국이 방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군은 새로운 억제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북한이 개전 초에 핵무기로 우리 군을 궤멸시키기 전에 ‘선제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제공격으로 북한 전쟁지도부와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국군 재래식 무기와 미군 전술핵무기를 모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산 현무-4 미사일의 조기 배치와 미군 B61-12 핵벙커버스터의 사용이 필수라는 것이다. 현무-4는 지하 100m를 뚫고 들어가 핵시설을 파괴하고, B61-12는 지하 300m 아래 벙커를 깰 수 있다. 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L-SAM, 패트리엇으로 구성된 3중 방어체계도 갖춰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허구적인 ‘평화’와 ‘종전선언’에 매달릴 상황이 아니다. 북한의 핵전쟁에 우선 대비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평화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