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석 때 임차인 울린 공문 "월 임대료 500만원 올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월세와 임대료를 47%나 올린다니 너무하다”(임차인)
“임차인이 인테리어 하자 보수에 응하지 않았고 소음·고성 등으로 주변 임차인들이 피해를 봤다”(임대인)
 
서울 광화문 인근의 서울파이낸스센터(SFC) 지하 2층에 입주한 A음식점 사장 김모(37·남)씨는 지난 5월 건물주 측으로부터 월 임차료(월세)와 보증금 인상에 관한 문서를 전달받았다. 문서에는 A씨의 월세를 약 1400만원(기존 1130만원→2567만원), 보증금을 3억4500만원 가량(기존 2억7120만원→6억161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A씨가 내고 있던 기존 월세와 보증금에서 각각 2.3배(127.2%) 인상을 요구한 셈이다.
김씨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 글. [인스타그램 캡처]

김씨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한 글. [인스타그램 캡처]

“임차인, 하자 보수 요구 수차례 무시”

SFC 건물은 싱가포르투자청(GIC) 소유로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세빌스코리아가 관리하고 있다. 지난 5월 세빌스 측은 “계약 체결 당시 건물 내 타 입주사보다 3분의 1 수준의 파격적인 임대료로 임대공간을 제공했지만 (A음식점은) 매장 하자 보수를 요구하는 공문·유선연락·이메일 등에 무시로 일관했다”며 “매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직원 욕설 등으로 고객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고 임대료 상승 이유를 제시했다.
 
임대인 법률 대리인 측은 이외에도 김씨 측이 소방시설 종합점검 지적사항, 준공도면 제출 요청, 영업배상 책임보험 및 가스사고 배상보험 가입 요청 등 요구도 2년 가까이 무시했다고 주장한다. 법률 대리인 측은 “처음 파격적인 임대조건을 제시한 건 (김씨 측이) 임차인으로 준수해야 하는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 것”이라며 “(김씨의) 불성실한 태도는 임대차계약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6000만원 들여 요구사항 개선하고 읍소까지”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건물의 모습. [SFC 홈페이지 캡처]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건물의 모습. [SFC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김씨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임대인 측 요청에 따라 결국 약 600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내부공사 등 지적 사항을 완료했다”며 “처음엔 배기관, 나중에는 자잘한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공문이 날아와 당황스러웠지만 회사 시설 담당 직원을 건물주 측에게 연결시켜주기도 하는 등 요구를 무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인 측이 직접 지정해준 인테리어 업체에 배기공사를 맡겼지만 연락이 두절돼 공사가 지연된 적도 있다”며 “이후 ‘잘못을 떠안고 갈테니 임대료만 해결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법률 대리인 측은 “임대차 계약서 9조를 보면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세금 및 부담금의 증액 및 신설, 동급의 유사한 주변 건물에 적용되는 임대차 보증금, 월 임차료 및 기타 항목 등 변동, 기타 경제 사정의 중대한 변동의 경우에만 월 임대료 등을 조정할 수 있다”며 “임대인 측에서 제시한 사유는 임대료 및 보증금 인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상률 127%→47.5% 내려줬지만…“버티기 힘들다”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촘촘히 세운 버스들로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촘촘히 세운 버스들로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임대인 측은 지난 8월말 월세 인상액을 약 1400만원에서 350여만원으로, 보증금 인상액은 약 3억4500만원에서 약 1억2900만원으로 내려줬다. 기존 임대료에 47.5%를 더한 액수다. 세빌스 관계자는 “임차인 동의가 없어 인상된 임대료를 아직 청구한 바 없다”며 “아직 협의 중에 있는 내용으로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는 “8·15 광화문 집회 등으로 광화문 상권은 거의 파괴되다시피 했다”며 “초기 공사비용만 6억~7억원이 들었는데 계약할 땐 저렴한 임대료를 제시해놓고 2년만에 이렇게 인상하면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이 같은 사연을 담은 글을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고 16일 오후 1시 기준 총 974회 공유됐다. 한편 세빌스 측은 16일 “협의가 원만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며 “요구사항(임대료 인상 철회 등)을 서면으로 보내 주시길 바란다”는 공문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