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철의 미래를 묻다] 조종사 없는 수송기·여객기 늦어도 10년 뒤 날아다닌다

무인 항공기의 세계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영국의 조지 케일리(1773~1857)는 세계 최초로 비행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밝힌 인물이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새처럼 날개를 퍼덕여야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케일리는 날개가 움직이지 않는 ‘고정익 항공기’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이를 검증하는 비행 시험(항공기라기보다는 글라이더였다)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탑승하는 대신 마부를 조종사로 앉혔다. 짧은 비행에 성공한 뒤 혼비백산한 마부가 더 이상의 실험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20세기 이후 비약적으로 발달한 항행 기술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안락한 좌석에서 영화를 보면서 태평양을 건널 수 있게 됐다(아니면 비좁은 좌석에 10시간 이상 갇혀 있거나). 어쨌든 케일리나 라이트 형제가 만든 조악한 기체들에 비하면, 오늘날 항공기의 안전도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사고 소식에 비춰볼 때, 비행 자체에 내재한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무인 항공기’ 개념이 대두했다. 승객이 탑승할 필요가 없는 수송기·정찰기라면, 조종사를 태우지 않는 무인 항공기가 위험도나 비용, 운용성 측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어서다.
  
군용 무인 항공기, 1960년대 본격 등장
 
무인 항공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원격조종 비행폭탄의 형태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는 기술의 제약으로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무인 항공기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전자통신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 1960년대 이후다. 처음은 역시 정찰기 등 군사용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 군용 무인기를 민간 영역에서 지상 관측이나 태풍 감시 등에 활용했다. 민간 분야에서도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무인 항공기를 기존 유인 항공기와 같이 상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민간 항공기 운항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셋째도 안전이다(군 항공기는 임무 성공이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민간 항공 분야는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매우 보수적이다. 도입한다 하더라도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어쨌든 무인 항공기를 기존의 항공 운행 시스템에 어떻게 추가할 것인지 하는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군사용으로 시작한 무인 항공기가 서서히 민간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소형 드론①. ‘프레데터-B’라고도 불리는 ‘MQ-9 리퍼’는 조종석처럼 생긴 지상 통제실에서 움직인다②. 대한항공이 만든 정찰기③와 미래 에어 택시의 모습④. [중앙포토]

군사용으로 시작한 무인 항공기가 서서히 민간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소형 드론①. ‘프레데터-B’라고도 불리는 ‘MQ-9 리퍼’는 조종석처럼 생긴 지상 통제실에서 움직인다②. 대한항공이 만든 정찰기③와 미래 에어 택시의 모습④. [중앙포토]

주체는 전 세계적으로 민간 항공기의 운항 규정을 정하는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다. 우선 ‘무인 항공기’란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생겼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기내에 사람이 없는’ 항공기다. ICAO는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자 무인 항공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승객은 탈 수도 있지만 조종사는 탑승하지 않는 항공기’다.
 
ICAO에 따르면 무인 항공기는 ▶모형 항공기 ▶소형 무인기 ▶따로 떨어진 통제실에서 조종하는 원격 통제 항공기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알아서 운항하는 자율항공기 등 네 가지로 구분한다. 우리가 흔히 ‘드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인 항공기 전체를 일컫는 별칭이지만, 요즘에는 그중에서도 특히 소형 무인기를 가리키는 경향이 있다.
 
무인 항공기를 정의한 다음 과정은 무인 항공기가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현 항행 체계의 안전을 위해 새롭게 통합되는 무인 항공기는 기존 관제·운항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따르지 못한다면 기존 민간 항공기들이 운항하지 않는 별도의 하늘길(공역)에서 비행해야 한다. 이런 개념이 적용된 것이 소형 무인기, 그러니까 요즘 말하는 ‘드론’이다. 소형 무인기는 고도 150m 이하에서만 비행할 수 있다. 공항 주변에서의 운항은 절대 금지다.
 
원격 통제 항공기는 이와 다르다. 이 항공기는 국제적 논의를 통해 새롭게 개발되는 통신 장치를 이용해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기존 유인 항공기와 같은 공역을 쓰고, 기존 관제·운항 절차를 똑같이 지키며 항행한다. 사실상 유인 항공기와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드론 택시 상용화’ 같은 뉴스가 자주 나온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규정 제정 등의 절차가 가장 빨리 진행된 것은 다름 아닌 원격 통제 항공기다. 원격 통제 항공기는 기술적인 난관이 적고, 무인 수송기나 장기 정찰기와 같은 영역에 활용하는 것이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기존 항공기에서 조종사만 타지 않고 운항하면 되는 정도다.
  
전기 동력 드론, 배터리가 문제
 
ICAO는 2007년 무인 항공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2015년에는 전문 조직을 만들어 원격 통제 항공기에 대한 규정 작성을 거의 마무리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민간 항공기 등이 날아다니지 않는 별도의 공역에서 시범 운항을 하고, 2030년에는 본격 운항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격 통제 항공기의 장거리 시험 비행에 성공한 외국 민간 업체도 있다. ICAO 규정에 맞춘 일종의 사전 연구 비행이었다.
 
이에 비해 소형 무인기인 드론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버는 수직 이착륙 전기 동력 비행체를 드론 택시로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승객을 실어나를 만큼 충분히 안전한 비행체가 없다. 전기 배터리 용량과 화재 같은 문제도 숨은 복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론 택배, 드론 택시 등 신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아 드론이 추락했을 때 위험성이 높고, 안보 문제로 하늘길 사용이 크게 제한되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민간 무인기 활성화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소형 드론의 관제 시스템 구축이나 드론 택시 실용화 로드맵을 적극적이고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관련 분야에 축적된 국내 기술이 부족하고, 기술을 외국에서 들여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공 분야의 특성으로 인해 드론 시스템을 조기 실용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앞에서 보았듯, 원격 통제 항공기는 기존 유인기 시스템과 비슷해 쉽게 진입하고 실용화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기술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같이, 첨단 기술의 구현에는 왕도가 없다. 부지런한 기술 축적만이 답이다. 무인 항공 분야에서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우수한 국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는 것만이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시행착오 없이 무인 항공 선진기술 국가로 자리 잡는 방법이다.
 
완전 자율비행 항공기는 언제쯤 나올까
궁극의 무인 항공기는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가 분류한 완전 자율항공기일 것이다. 조종사가 아예 없고,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행한다. 도로를 달리는 완전 자율주행차와 유사하다. 완전 자율항공기는 언제쯤 운항하게 될까.
 
자율항공기와 자율주행차는 개념 면에서는 거의 동일하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흔한 착각은 자율항공기가 기술적으로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완벽한 기술을 개발하기가 더 어려운 것은, 달리는 도로 환경이 훨씬 복잡한 자율주행차다. 자동차는 차선을 변경해야 하고, 수시로 마주치는 신호등을 인식해야 하며, 툭하면 끼어드는 다른 차량에 대응해야 하고, 그때그때 바뀌는 제한속도에 맞춰야 한다.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다. 이에 비해 비행 환경은 단순하다. 하늘에서 갑자기 마주칠 것이라고는 멀리 떨어진 비행기나 새 밖에 없다(미래 드론 택시에서 조류 감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는데, 여기에 자율주행차에서 쓰는 것과 비슷한 인공지능 기술이 쓰인다). 즉, 기술 개발에서의 어려움은 자율항공기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다고 해도 완전 자율항공기의 도입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항공 분야는 안전 문제로 신기술 도입에 매우 소극적이어서다. 그래서 자율 항공운항 기술이 실용화되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원격 통제 항공기를 보면 이런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처음 논의를 시작한 2007년부터 14년이 지난 내년에야 규정 제정이 완성된다. 규정을 만드는 데만 그 정도 시간이 흘렀고, 세계 모든 나라가 원격 통제 항공기 규정을 적용하고 정착시키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10년 뒤인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민간 항공의 특성상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율비행 기술은 이륙부터 착륙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 소형 드론의 경우에는 쉽게 구현할 수 있으나, 사람의 생명을 담보하는 수준으로는 전혀 개발된 바 없다. 여객기에까지 적용할 만큼 안전한 자율비행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도권에서 규격화해 인증하며, 최종적으로 실용화하는 데는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확실치 않다.
◆심현철 교수
KAIST 인공지능대학원·항공우주공학과·로봇학제·미래자동차학제 교수와 KI로보틱스 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민간 무인 항공기 안전운항연구단장, 국방과학연구소 지능형 무인기 특화연구실장도 맡고 있다.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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