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트럼프, 한미관계는 바이든…한인들도 갈린 美대선

지난 3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들'이 미국 LA에서 야외 집회를 열었다. [Korean-Americans For Trump]

지난 3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들'이 미국 LA에서 야외 집회를 열었다. [Korean-Americans For Trump]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고 적힌 붉은 모자를 쓴 이들이 성조기를 들고 모였다.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한인들의 집회였다.
 
LA를 비롯, 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에서 모인 한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문구의 팻말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종전선언을 반대한다'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플래카드도 함께 보였다.
 
지난 6일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각자 있는 곳에서 전체 일정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Korean-Americans For Biden]

지난 6일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각자 있는 곳에서 전체 일정은 화상으로 진행됐다. [Korean-Americans For Biden]

사흘 뒤 이번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한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의 사회로,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주목받았던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 등이 연설자로 나왔다.
 
전체 행사는 각자 있는 곳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퇴원하자마자 유세장으로 뛰어든 트럼프, 유례없이 전당대회 모든 일정을 화상으로 소화한 바이든. 각 선거 캠프 성격 따라 한인들의 모임도 다른 스타일로 진행됐다.
  
숫자로 보면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인들이 더 많다. 지난달 15일 나온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 여론조사(AAVS)에서 한국계 미국인의 26%가 트럼프를, 57%가 바이든을 뽑겠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오차범위 ±6%p).
 
두 후보를 지지하는 한인들은 어떤 생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각 단체의 추천을 받아 한 명씩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원 개인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대개는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면에서 트럼프를, "정상적인 한·미관계 회복"이라는 면에서 바이든을 지지하는 경향이 보였다. 인터뷰는 줌(Zoom)으로 진행됐다.
 

김태수 LA지부장.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들(Korean-Americans for Trump)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들'의 LA 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태수씨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경제″를 꼽았다. [줌 캡처]

'트럼프를 지지하는 한인들'의 LA 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태수씨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경제″를 꼽았다. [줌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주 지지층은 백인이란 이미지가 있다. 한인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미주 한인들의 대부분이 여전히 이민 1세대다. 트럼프의 반(反) 이민정책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데도 경제정책 때문에 지지한다. 교민 상당수가 자영업자다. 트럼프는 경기부양을 하려고 하는데 민주당은 무조건 봉쇄하겠다고만 한다. 
초기에 철저히 봉쇄해 코로나19를 막았다면 지금 경제가 더 살지 않았을까.  
민주당 세가 강한 캘리포니아가 초기에는 봉쇄를 해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최악의 피해를 보고 있다. 식당이나 미용실, 네일숍 등 한인이 하는 소규모 업체는 거의 망해가고 있다. 민주당은 전혀 대책이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데 작용했을까.
나도 1992년 LA 폭동을 경험했다. 폭동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경찰력을 즉각 투입해 해결해야 하는데 바이든이나 해리스 후보는 지금 일어나는 도심 폭동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약탈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 정말 확고하다. 
교민 말고 한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당선이 긍정적일까.  
여기서도 설마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한반도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오바마 집권 8년 동안에는 한반도 문제가 나아진 게 없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그때처럼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이다. 어느 정도 절충하고 추세를 보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한인 중 어떤 계층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 같나.  
한인도 주류사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30, 40대 젊은 층은 바이든을 지지하고, 50, 60대 장년층은 트럼프를 지지한다. 한국 문제를 바라보는 정치적 관점이 보수면 여기서도 공화당, 진보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같다.
 

나단 박 변호사.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인들(Korean-Americans for Biden)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인들' 소속의 나단 박 변호사는 한미 동맹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바이든이 당선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줌 캡처]

'바이든을 지지하는 한인들' 소속의 나단 박 변호사는 한미 동맹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바이든이 당선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줌 캡처]

어떤 이유에서 트럼프가 아닌 바이든을 지지하나.
코로나19로 인한 실정이 가장 크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혐오를 부추기다 보니 동양인을 향한 증오 범죄가 생긴다. 내가 일하는 워싱턴 DC에서도 한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파괴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속된다면 한인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유리한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 케어도 바이든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그래도 여전히 바이든보다는 트럼프가 경제에 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거품이다. 경제 좋아졌다고 하지만 돈만 많이 풀어 주식 투자할 수 있는 사람, 대기업만 좋아진 것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은 고통받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트럼프가 낫다는 의견이 있는데. 
트럼프는 한·미 동맹뿐 아니라 모든 동맹을 계약적으로, 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혈맹이 아니라 돈을 주고받는 사이로 생각한다. 한·미 동맹을 정상화해야 안보도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저서 『격노』를 봐도 알 수 있듯 트럼프 대통령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다. 지금보다 안 좋은 상황이 안 될 거란 보장이 없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마음이 돌아선 한인들이 있을까.
보통 표심을 못 정한 부동층이 12% 정도 나와야 하는데 요즘은 6% 이하로 나온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한인들도 보통 세대별로 정치 성향이 갈리면서 표심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코로나19가 노년층에 치명적이다 보니 트럼프 정책에 실망해 마음을 바꾸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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