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뒤 플라스틱 역습…'잠실야구장 5배'가 쏟아진다

지난 5월 고3 학생들이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서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고3 학생들이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서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장에 책상마다 설치하기로 한 칸막이를 두고 수험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험에 방해가 된다는 불만에도 교육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칸막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는 가운데 칸막이의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대량의 칸막이로 인한 환경 문제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 쓰는데 칸막이 효과 있나 

교육부가 대입 수능 날 칸막이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세우자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설치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가림막을 세우면 책상 공간이 더 협소해져 불편하다"며 "시험 하루를 위해 아까운 세금이 낭비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18일 오후 3시까지 1만2000여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책상 앞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내용의 수능 방역지침을 16일 확정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염 위험 차단을 위해 칸막이 설치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수능 가림막 설치 반대 청원. 인터넷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수능 가림막 설치 반대 청원. 인터넷 캡처

 
하지만 마스크를 꼭 착용하도록 한 시험장에 칸막이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칸막이 효과를 시험한 결과,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식당이나 주점 등에서는 비말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칸막이의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에너지기술평가원 관계자는 "마스크를 쓴 경우까지 검증한 것은 아니라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비말을 99.9% 차단하기 위해서는 칸막이의 높이가 90㎝ 이상이어야 한다고 권장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수능 날 설치하는 칸막이는 높이가 60㎝라 수험생에 따라 비말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좁아진 책상에 적응하세요" 연습용 칸막이도 판매 

이미 수험생 중에는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 적응하기 위해 연습용 칸막이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엔 '수능 연습용 칸막이'를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한 업체는 "교육부 기준을 준수해 만든 아크릴 칸막이"라며 "좁아진 책상 공간과 반투명 시야 확보에 미리 적응하라"고 홍보했다.
 
교육부가 책상마다 칸막이를 설치하는 내용의 수능 방역지침을 확정한 가운데, 인터넷 쇼핑몰 등에는 수능 연습용 칸막이를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인터넷 캡처

교육부가 책상마다 칸막이를 설치하는 내용의 수능 방역지침을 확정한 가운데, 인터넷 쇼핑몰 등에는 수능 연습용 칸막이를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인터넷 캡처

 
학부모 최모(47·서울 서초구)씨는 "수능 시험장은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조용한 장소인데 칸막이까지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인터넷에서 2만원 주고 칸막이를 사서 아이 책상에 설치해놓고 연습해보니 자주 부딪히고 떨어져 불안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수능 하루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칸막이의 양도 엄청나 환경 문제도 우려된다. 아크릴 등 플라스틱 소재의 칸막이는 썩는데 평균 500년이 걸린다. 높이 60㎝, 너비 45㎝의 칸막이를 수능 응시자 49만여명의 자리마다 설치된다면, 칸막이의 총 넓이는 13만3000㎡에 이른다. 
 
잠실 야구장 경기장 면적(2만6331㎡)의 다섯배에 달한다. 국내 한 칸막이 제조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 제품만 20만개가 넘게 팔렸는데 최근에는 너무 많은 업체가 생산에 뛰어들어 공급이 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잠실야구장 5배 넓이 칸막이 쓰레기 어쩌나

환경단체는 '플라스틱의 역습'을 우려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태희 정책국장은 "칸막이를 만드는 아크릴은 별도 분리 배출 기준이 없고 재활용도 되지 않는다"며 "소각 비용도 크기 때문에 결국 방치되고 분명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를 방문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서 학생들과 원격수업으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를 방문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서 학생들과 원격수업으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칸막이를 만드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골판지로 만든 칸막이가 사용됐고, 독일의 한 회사는 나무 판지로 재료로 사용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현경 활동가는 "코로나 이후 폐기물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정부가 '일회용품이 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줄까 봐 걱정"이라며 "더 위생적이면서도 환경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이수민 인턴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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