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임대료 500만원 올린다" 그래도 못막는 '5%룰 사각지대'

“현재 진행 중인 협의가 원만히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건물에서 빚어진 ‘월 임대료 1400만원 인상 논란’ 당사자인 닭갈비업체 사장 A씨(37)와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업체 B사의 갈등이 조정 국면으로 들어갔다. A씨는 지난 15일 B사에 “원만하고 조속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고, 이튿날 B사는 “요청사항을 서면으로 보내주면 임대인(싱가포르투자청) 측에 오해 없이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A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 사례를 두고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의 보호 범위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법 개정을 통해 상임법의 보호를 받는 임차인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월세와 보증금이 일정액 이상인 임차인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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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조정해도 47%…월세 인상 지나쳐”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건물의 모습. [SFC 홈페이지 캡처]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건물의 모습. [SFC 홈페이지 캡처]

 A씨는 2018년 월세 1130만원, 보증금 2억712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SFC건물 지하 2층에 입점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올해 5월 B사는 월세와 보증금을 각각 127.2% 올린다는 공문을 보냈다. 액수로 따지면 월세는 약 1400만원, 보증금은 3억4500만원이 오르는 내용이다. 
 
 당시 임대인 측은 ▶계약서상 임대료 조정 시기가 도래한 점 ▶A씨가 배기구·인테리어·소방시설 등 하자 보수에 장기간 응하지 않은 점 ▶계약시 주변 시세의 3분의 1수준의 파격적인 대우를 한 점 등을 인상 이유로 들었다. 
 

인대인 “시세의 3분의 1…협의는 진행중”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뉴시스.

 이후 B사는 A씨가 하자 보수를 완료하고 “월세와 보증금 인상이 지나치게 높다”고 호소한 점을 고려해 인상률을 127.2%에서 47.5%로 낮춰줬다. B사 관계자는 “공문 발송은 협의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통상적인 절차일 뿐 일방적인 통보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A씨의 입장에선 월세 537만원, 보증금 1억2880만원이 오르는 내용의 조정안은 여전히 부담이 너무 크다는 반응이다. A씨는 “B사의 말을 믿고 6~7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자리를 잡았는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임대료가 올랐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인상률 '5%' 제한…고액 임차인은 '사각지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상임법 11조에 따르면 임대인 또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사정 악화로 월세와 보증금 인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했으나 A씨와 같은 ‘고액 임차인’은 여기에서도 제외된다. A씨가 입점한 상가는 ‘환산 보증금’이 14억원을 넘을 정도로 임대료가 비싼 곳이어서다. 서울의 경우 보증금과 월세에 100을 곱한 액수를 합산한 ‘환산 보증금’이 9억원을 초과하면 상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즉 월 임대료가 100만원인 임차인은 인상액을 5만원 이하로 묶어 둘 수 있지만, 월세가 1000만원인 임차인은 500만원 인상을 요구받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서울 지역 환산 보증금 기준을 6억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았다.
 

상가건물임대차위원회, 11월 1일 신설 

지난 3월 26일 중소상인·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침체로 인한 상가임대차 상생호소 및 정부·지자체의 임대료 조정 지원행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26일 중소상인·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기침체로 인한 상가임대차 상생호소 및 정부·지자체의 임대료 조정 지원행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온라인상에선 이번 사건을 둘러싼 찬반 여론도 가열되고 있다. “월세를 한 번에 500만원이나 올리다니 너무한다”, “부동산세 인상의 피해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반면 “착한 임대인도 많다. 오히려 임대료를 안 내고 버티는 악덕 임차인도 다수다”, “코로나19로 힘든 건 임대인도 마찬가지” 등의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를 통해 ‘상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상가건물임대차위원회를 신설해 법이 보호하는 임차 보증금액 범위를 정하도록 한 게 골자다. 상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전국 6개소에서 18개소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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