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시간 무릎 꿇고 강간까지…北 미결수 짐승만도 못한 취급"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북한의 끔찍한 미결구금제도(Horrific Pretrial Detention System)’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사진 휴먼라이츠워치 홈페이지 캡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북한의 끔찍한 미결구금제도(Horrific Pretrial Detention System)’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사진 휴먼라이츠워치 홈페이지 캡처

  
북한 사법당국이 범죄 혐의로 구금한 미결수들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만연하다는 국제인권단체 보고서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2011년 이후 북한의 심문·구금시설인 국가안전보위부 구류장에 있었던 탈북민 22명과 전직 북한 당국자 8명을 인터뷰한 보고서 ‘북한의 끔찍한 미결구금제도(Horrific Pretrial Detention System)’에서 이처럼 밝혔다.
 
HRW는 북에서는 비위생적인 구금시설에서 학대·고문·구타가 자행되고 있으며, 자백을 강요하거나 적절한 음식이나 의복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잦다고 강조했다. 여성 구금자의 경우 성추행과 강간 등 성폭력 피해에 노출됐다. HRW는 특히 미결수들에 대한 폭력이 구금 직후 집중됐다고 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지부 부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결수들은 음식이 없어 야위어간다. 그러지 않으려면 간수들에게 뇌물을 줘 가족들이 음식을 넣어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체포와 구금을 두려워할 아주 좋은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연줄이 있거나 사법 당국자들과 간수를 모두 매수할 재력이 있는 피의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와 만수대창작사, 중앙미술창작사에서 '80일 전투'를 독려하는 선전화를 새로 제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와 만수대창작사, 중앙미술창작사에서 '80일 전투'를 독려하는 선전화를 새로 제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보고서에서 한 전직 북한 인민보안원(우리나라의 경찰)은 “북한 규정에는 (구금시설에서) 폭행이 없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우리는 수사 및 예비조사 초기 단계에서 자백이 필요하다”며 “자백을 받으려면 사람들을 때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감방 안에서 최대 16시간까지 무릎을 꿇거나 책상다리를 하고 가만히 앉아있어야 했다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손이나 곤봉, 혁대 등으로 맞거나 뛰어서 공터를 최대 1000회 돌라는 벌을 받아야 했다고 증언했다. 한 탈북민은 “우리는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고, 우리는 그런 존재가 되어갔다”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 사법제도가 공정한 재판·묵비권·무죄 추정의 원칙 등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HRW는 북한에 국제 기준에 맞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사법부를 구성해 당과 최고 영도자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을 마련하고, 구금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며 고문·성폭력·중노동·학대 등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또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유엔(UN) 등 국제사회에는 북한이 HRW 권고를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기록·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