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이력 때문에 해사 불합격”…법원, 신원조회 위법 “불합격 취소하라”

선고 일러스트. [연합뉴스]

선고 일러스트. [연합뉴스]

해군사관학교가 적법한 절차 없이 진행된 신원조회를 통해 드러난 과거의 범죄경력을 근거로 사관생도 지원자를 불합격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행정1부(부장 서아람)는 해군사관학교 지원자 A씨에 대한 ‘2020학년도 해군사관생도 선발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해군사관학교 측이 신원 조회 과정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를 통해 확인한 과거 범죄 전력을 근거로 불합격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6월 해군사관학교에 입학원서를 낸 후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어 9월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 등으로 이뤄진 2차 시험에 응시했으나 10월 해군사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재판부는 해군사관학교 측에서 군사안보지원부대에 2차 시험 응시자들에 대한 신원조사를 의뢰한 결과 A씨가 과거 절도와 무면허 운전 등으로 기소유예와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확인되자 사관생도로 선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불합격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A씨는 2018년 블루투스 스피커 등 10만원 상당의 물품 3개를 훔쳐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고, 2019년에는 무면허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적발돼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사관학교는 A씨가 불합격 처분에 이의 신청을 한 것에 대한 답변 자료에서 ‘신원조회 결과 기소유예, 소년보호사건이 확인됐다. 사관생도로 선발되기에 부적절한 과실이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2회에 걸쳐 반복됐는데 사관생도 신분일 경우 퇴교에 해당하는 과실’이라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 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창원지방법원 전경. [사진 창원지방법원 홈페이지]

 이에 A씨는 “신원 조사는 법적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행정절차법도 위반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신원조사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기에 이를 통해 확인한 과거 범죄 전력을 근거로 불합격 처분을 내리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년부 송치 및 기소유예 결정된 사건의 수사경력 자료는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데 그 자료를 위법하게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불합격 통보를 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특히 해군사관학교 측은 홈페이지에 여러 차례 기소유예 전력을 이유로 신원 조사나 면접 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글을 게시했고, 신원조사 결과만으로 2차 시험 절차에서 불합격 처리한 것은 사관생도 선발예규에도 벗어난다”라고 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