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위험 질주' 중인 킥보드…12월엔 인도로 올라온다

“둘이서 헬멧도 없이 어두운 옷 입고 킥보드 타는데 눈을 의심했어요”  
 
퇴근길에 전동킥보드의 위험한 질주를 보고 너무 놀랐다는 직장인 김모(30)씨의 말이다. 김씨는 21일 “며칠 전 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중 교차로에서 킥보드가 툭 튀어나와 지켜보는 내가 조마조마했다"며 "킥보드를 발견한 차량이 크게 클랙슨을 울리던데 나도 평소 운전할 때 갑자기 나타나는 킥보드와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곤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9일 밤 10시30분쯤 차도에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이용자 2명이 전동 키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달 9일 밤 10시30분쯤 차도에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이용자 2명이 전동 키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독자 제공]

 
김씨의 말처럼 보호 장비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던 50대 남성이 지난 19일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 부산에서도 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던 30대 남성이 차량과 부딪혀 숨졌다. 이처럼 전동킥보드의 충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연말이면 개인형 이동수단 규제를 완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만큼  그 전에 전동 킥보드에 대한 안전장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동킥보드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6년 49건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890건을 기록했다. 3년 만에 18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1월~6월)까지만 해도 886건 발생했다. 작년 동기 대비 2.6배 증가한 수치다.   
 
공유 킥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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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인도서도 탈수 있어 

오는 12월 규제를 완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고가 더 잦아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 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 가능하다. 또 인명보호 장구(헬멧)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 2만원을 부과한다. 인도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없다. 법적으로 전동킥보드를 ‘소형 오토바이’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도로교통법안은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로 분류해 사실상 ‘자전거’와 동일하게 본다. 인도(자전거도로) 주행을 정식 허용하고 헬멧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도록 했다. 차도로 다녀야 했던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안전해졌지만, 국내 자전거도로 70%가량이 자전거ㆍ보행자 겸용도로여서 보행자와 접촉사고 우려는 커졌다. 면허 없이도 이용 가능해 미성년자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됐다. 단 만 13세 미만인 어린이의 운전은 금지한다. 개정안은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새 교통수단 안전하게 정착하게 유도해야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시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지난달 23일 오후 6시쯤 건대입구역 근처 인도를 걷다 전동킥보드와 접촉사고가 났다는 이모(26)씨는 “갑자기 킥보드가 빠르게 지나가서 다리 부위를 치고 지나갔는데 너무 아팠지만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해자 휴대폰 번호만 받았다”며 “속도를 보면 제2의 오토바이나 다름없는데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니 너무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전 8시 20분쯤 출근길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직장인 권모(27)씨도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출근하고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도로로 들어갈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쿵’ 하면서 차가 흔들렸다”며 “조수석 쪽 창문 열고 뭐냐고 소리치니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창문에 죄송하다고 말하며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나지만 앞으로도 그 학생에게 또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많이 위험해 보였다”며 “더 어린아이까지 타게 되면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전동킥보드. 연합뉴스

전동킥보드. 연합뉴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전동킥보드 특징이 소리가 잘 나질 않는다는 점인데 벨이 부착되어 있어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가 많다”며 “이용자가 안전 수칙을 익힐 수 있게 하고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교통수단의 출현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시행 초기에 한해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