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 시위 열기에 한발 물러서 … “비상조치 철회”

태국에서 긴급 조치 발령에도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긴급 조치를 철회했다고 방콕포스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현재 내려진 긴급 조치를 철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민주화 시위대는 총리를 향해 “사흘 내 사퇴하라”며 ‘퇴진 기한’까지 제시하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 [AP=연합뉴스]

몇 달간 지속돼 온 태국의 민주화 시위는 점차 거세져 지난 14일 방콕에서 열린 시위엔 수만 명이 모였다. 이에 태국 정부는 이튿날인 15일 5인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 조치를 발령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응이 오히려 민주화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이 나왔다. 긴급 조치에도 시위가 8일째 이어졌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16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고, 17일 시위대가 모이지 못하도록 방콕 시내 도시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 주최 측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집회 1~2시간 전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위 장소를 공지했고, 수만 명이 걸어오거나 오토바이·택시를 이용해 집회 장소로 모였다.
 
경찰이 시위 진압에 물대포를 사용하자 우비를 입고 헬멧을 쓴 시위대. [EPA=연합뉴스]

경찰이 시위 진압에 물대포를 사용하자 우비를 입고 헬멧을 쓴 시위대. [EPA=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한발 뒤로 물러난 데는 민주화 시위를 저지하려는 태국 정부에 대한 국제 사회의 부정적 시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태국 민주화 시위대는 자신들이 태국의 군주제와 군부 통치에 반대하는 주장과 근거를 담은 포스터를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적 언어로 제작해 SNS에 올리면서 국제 사회에 민주화 시위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태국인인 가수 닉쿤 등 태국 유명인들은 자신의 SNS에 시위대에 대한 태국 정부의 강경책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태국 의회는 오는 26~27일 특별 회기를 열고 민주화 시위 사태의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화 시위대는 “총리 퇴진 없이 시위는 끝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태국 민주화 시위대는 총리가 야당을 강제 해산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탄압한 점과 왕실의 사치 등을 지적하며 개혁을 수개 월째 요구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