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물러난 최초 대통령' 전두환 생가 안내판 문구 논란

경남 합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본채. 연합뉴스

경남 합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본채.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안내판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교체됐지만, 여전히 독재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경남 합천군에 따르면 최근 진보당 경남도당은 전 전 대통령 생가 안내판에 “안 하느니만 못한 내용 수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진보당은 두 개 문장이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하자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게 됐는데, 그 수사 과정에서 12·12사태가 빚어졌다’라는 문장이다. 진보당은 “12·12사태가 전 전 대통령이 주동한 게 아니라 당시 맡은 지위와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된 것처럼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40년 헌정사에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는 문구도 문제 삼았다. 진보당은 “전 전 대통령이 국민 항쟁 때문에 본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임기를 겨우 채웠는데 안내판에는 명예롭게 물러난 것처럼 묘사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내판 문구 변경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역사의 퇴보’라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합천군도 달라진 시대상과 여론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수많은 사람을 살상해 전직 대통령 예우까지 박탈당한 사람을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기념하는 행위는 보편적 상식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합천군은 지난 9월 안내판 문구를 한 차례 수정했는데도 또다시 비판 여론이 일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새 안내판에서는 ‘10·26 이후 국가 위기를 수습해 대통령으로 추대됐다’거나 ‘재임 기간 경제도약과 국제적 위상 상승을 이뤄냈다’는 식의 찬양 문구를 삭제했다.  
 
 군 관계자는 “생가 안내판은 기존에 논란이 되던 부분을 수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자고 해 내부 검토를 거쳐 변경된 사안”이라며 “이것마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 전 대통령의 과거 흔적을 보존하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어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27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전 전 대통령 생가는 그의 고향인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다. 합천군이 1983년 생가를 복원해 관리하고 있다.
 
 한편 전 전 대통령 아호 ‘일해’(日海)에서 따온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싼 갈등은 13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일해공원은 합천읍 황강 주변 5만3724㎡ 일대에 총사업비 68억여원이 투입돼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한 이후 2007년 일해공원으로 바꾸었다.
 
 합천=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