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인들의 자부심이던 방언. 소멸위기 처한 이유는?

미묘한 우월감이 느껴지는 말투
얼핏 들으면 광둥어 같기도, 혹은 동남아 말 같기도 한 뉘앙스. 알아듣진 못하지만 발화자의 표정과 말투에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우월감. 어설프게 따라 했다간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라는 이 언어, 상하이 방언인 후위(沪语)에 대한 중국인들의 묘사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개혁개방 이후 상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변모했다. 상하이인들의 생활수준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타지역과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게 됐다. 자연스레 상하이 사람들은 자신의 출신 지역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그 자부심은 종종 외지인들에게는 '자만심'으로 비치곤 했다.
 
이 상하이 사람들이 종종 자신과 타지역 사람들을 구분 짓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 바로 후위(상하이 방언)다. 이들은 후위를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구사해야 '정통' 상하이인이라고 인정해 주고는 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상하이 방언에 대한 상하이인들의 자부심 [진르터우탸오 캡처]

상하이 방언에 대한 상하이인들의 자부심 [진르터우탸오 캡처]

 
후위, 씨(?)가 말라가고 있다...? 
그런데 이 자부심 강한 상하이 사람들이 들으면 청천벽력 할 소식이 하나 있다. 후위가 곧 소멸될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6-20세 지역별 방언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세 미만 상하이 유아·청소년들의 약 80퍼센트는 후위를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략 10명 중 2명의 어린이들만 후위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인터뷰에서, 보통화(중국 표준어)를 구사하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며, 자신은 상하이 방언을 구사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났다. '바링허우(80년 대생)'부터 시작해 '링링허우(00년 대생)'까지. 세대를 넘어오면서 점차 후위를 구사하는 인구는 줄어들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셔터스톡]

[셔터스톡]

 
표준화된 교육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인들 의견이다. 후위를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단순하게도 '학교에서 안 배우기 때문'이다. 보통 상하이의 학교들에서는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표준어인 보통화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상하이는 교육열이 매우 높은 도시로 유명하다. 그래서 각 지역으로부터 실력이 출중한 선생님들을 모시는데, 이 선생님들이 부족한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후위 구사력이다. 상하이의 교실에서 후위로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배우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외국어로 들릴 만큼 보통화와 다른 후위다. 8가지 성조가 있다고 알려진 만큼 복잡한 억양의 후위는, '정통으로' 구사하는 사람이 희소하다 할 정도로 배우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때문에 영어도 배워야 하고, 보통화도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뇌는 폭발한다. 후위까지 배워야 한다니, 학습 부담이 큰 것이다.
 
부모들 역시 방언을 꼭 배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되려 역으로 아이들에 맞춰, 집안에서 보통화를 구사한다. 심지어 '뼛속까지' 상하이 사람의 피가 흐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손주들과 대화하려면 방언 아닌 보통화를 써야만 대화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상하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방언 역시 하나의 지역 문화이므로 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반면 상하이인들의 '불편한' 특권의식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반응 역시 목격된다. 상하이에서 후위를 구사하지 못해 외지인들이 차별받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기도 했던 터다. 이들에게 후위의 소멸은 되려 반가운 소식이다.
상하이에서 후위를 못 하는 점원에게 '쓴소리 갑질'로 논란이 된 사건 [진르터우탸오 캡처]

상하이에서 후위를 못 하는 점원에게 '쓴소리 갑질'로 논란이 된 사건 [진르터우탸오 캡처]

 
앞으로의 운명은...?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나며, 상하이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상징하는 도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에 왕래하게 되면서 지역적인 특색보다는 더 '표준화된' 도시로 변신해 나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외지인과 자신들을 구분 짓던 문간 역할을 했던 상하이 방언이 점차 소멸되어 가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변화에 따른 예정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차이나랩 허재원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