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文정권 내로남불 정리하다 포기, 다 내로남불이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굳이 지적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진보 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한탄이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착한 권력을 표방했거니와 자신들에겐 그런 DNA가 있다고까지 큰소리친 권력 집단이 내로남불의 화신이 될 때 어찌해야 할까”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훗날 권력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정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벌어진 일련의 크고 작은 ‘정치적 전쟁’은 수많은 명망가를 권력투쟁의 졸(卒) 또는 사적 이해관계나 정실에 얽매인 ‘부족주의 전사’로 전락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왜'로 시작하는 50개 소제목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정치 격언과 민주주의 원리 등을 소개하면서 해외 사례 및 한국의 전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책을 썼다. 왜 부패는 권력의 숙명인지, 왜 ‘정치 팬덤’은 순수할 수 없는지, 왜 대통령은 ‘제왕’이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이른바 ‘문빠’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우려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강 교수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지지층이 스스로를 ‘선한 권력’이라고 지칭하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고 그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거세게 공격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운다. 아예 DNA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권의 지지자들은 그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그 과정에서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물론 지지자들로선 ‘정의로운 응징’이겠지만 말이다.”
 
“문재인은 착하고 선한 이미지로 지지자들의 사랑을 받는 역할을 하는 반면 문재인 정권의 실세 또는 실세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은 선과 정의의 이름을 앞세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거칠게 공격하는 데에 집요한 면모를 드러낸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신작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 [사진 인물과사상사]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신작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 [사진 인물과사상사]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주축을 구성하면서 사회의 새로운 기득권층이 된 이른바 386 운동권 세력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정관계에 진출한 운동권 386은 대부분 막강한 학벌 자본을 자랑하는 사람들인지라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인맥의 혜택을 누리면서 강남 좌파로 변신하게 된다. 이들의 일상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기회만 있으면 ‘민주화 운동’이라는 훈장을 휘두르면서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이들에게서 ‘겸손’을 찾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끊임없이 군사독재 시절을 환기시키면서 그 시절엔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붙잡혀 들어가 고문까지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불공정을 문제 삼는 건 ‘배부른 소리’이거나 극우 보수세력을 돕는 이적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2020년을 살면서 비교의 준거점을 1970년대와 1980년대로 삼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만다.”  
 
한편 여권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서는 “개혁 진보 진영 내에서도 ‘민주주의에 있어 지극히 위험한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물론 문재인 정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 법에 반대하면 수구 기득권 세력이라는 딱지 붙이기에만 열을 올려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을 가리지 않고 법 적용이라도 공정하게 하면 모르겠는데 그건 전혀 딴판이다…자신들에게 적용하는 원칙엔 한없이 신축적이고 너그러운 여유를 보여온 게 아닐까"라고도 꼬집었다. 
 
강 교수는 일부 개혁 진보 진영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등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사태와 안희정ㆍ박원순 등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태도를 꼽았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자 ”개자당(자유한국당의 비하 표현) 니네들, 다 죽었다“고 환호하던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가 터지자 윤석열을 ‘개자당’과 연계시켜 맹폭격을 가했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필자가 누구이건 조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기사나 칼럼에 달린 댓글들엔 어김없이 이 ‘개자당’ 타령이 반복되었다…그런 이분법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사고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별적 침묵’도 자주 논란거리가 된다…대선 3개월 전인 2017년 2월 ”저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바로 성 평등한 세상입니다“라고 외쳤던 문재인의 ‘페미니스트’와 ‘성 평등’ 개념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그의 침묵 역시 권력의 최후 무기인가? 과연 무엇을 위한 무기인가?”
 
강 교수는 강성 지지층의 행태를 문재인 정부를 망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이번 책에서 그는 “‘좌표 찍고, 벌떼 공격’으로 대변되는 일부 지지자들의 전투적 행태는 문재인 정부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걸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당을 지배하는 ‘강성 친문 세력의, 친문 세력에 의한, 친문 세력을 위한’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행여 친문 유권자들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입조심, 몸조심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후보들이 앞다춰 ‘친문 맞춤형’ 발언을 쏟아내는 경연장이 되고 말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일탈을 견제해야 할 진보 진영 시민단체와 지식인 등이 '한 편'이 된 것이 문제라고 봤다. 강 교수는 “왜 개혁을 외치던 이들이 개혁 대상이 돼가고 있는가”라며 “반독재 투쟁의 습속을 고수한 채, 게다가 자신의 권력 밥그릇에 대한 욕심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개혁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빠’나 ‘대깨문’에게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지도자는 없다. 지식인? 시민운동?  이들 중엔 ‘문빠’보다 강한 ‘독단적 교리’를 설파하면서 ‘문빠’를 옹호하고 미화하는 이가 많다”고 적었다.
 
강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과거 정권 관계자들이 감옥에 갔던 일들을 언급하며 “매 정권마다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는데도, ”나는, 우리는 예외다“라고 믿는 그 ‘근자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권력의 불가사의인가?”라며 “선한 권력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겸손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허물은 현미경으로 관찰하려 들면서 자신의 허물은 망원경으로도 보지 않으려는 독선과 오만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1990년대부터 사회비평지 『인물과 사상』을 통해 한국의 정치ㆍ사회에 대한 분석과 비평작업을 진행해왔다. 대표 저서로는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등이 있으며 올해 4월엔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강성 지지층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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