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90%는 가족 주치의가 담당"

“가족 주치의가 요람부터 무덤까지 모든 환자를 본다. 문지기로서의 책임이 크다. 우울증 치료의 90%가량도 가족의가 담당한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지역에서 가족 주치의를 하는 토마스 빌헴 삭실드는 29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회 국회자살예방포럼 국제세미나’에서다. 이 세미나는 국회자살예방포럼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 주최로 열렸다. 올해 호주와 미국, 덴마크가 참여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3회 국회자살예방포럼 국제 세미나. 사진 국회자살예방포럼 제공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3회 국회자살예방포럼 국제 세미나. 사진 국회자살예방포럼 제공

 
발표자로 나선 삭실드는 ‘덴마크의 가족 주치의’라는 주제발표에서 덴마크에서는 1차 진료자인 가족 주치의가 만성질환자부터 우울증 환자까지 돌본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덴마크에는 2000개 병원에 소속된 3500명의 주치의가 있다. 의사 한 명당 환자 1600명을 본다. 이런 주치의가 200개 넘는 질병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환자를 진찰한다. 또 가족 주치의를 찾는 환자 가운데 5% 정도만 입원하는데 주치의는 언제, 어느 전문의를 찾을지 등을 알려준다.

 
삭실드가 있는 클리닉에는 약 1만명의 환자가 있는데 만성질환자가 10% 정도를 차지한다. 정신분열 등의 정신질환으로 오는 이도 100명 정도 된다. 전체 환자의 1% 가량이다. 그러나 우울증과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경미한 정신질환으로 넓혀보면 환자가 꽤 많다. 삭실드는 “전체의 약 20%가 경미한 정신과적 증세를 갖고 있다. 연간 900명 정도가 이런 이유로 내원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거나 상담을 지원한다. 정신과 의사로 연결하거나 스트레스 클리닉을 소개하기도 한다. 삭실드는 “우울, 불안 치료의 90%는 우리 같은 가족의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은 1980년에만 해도 38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가족 주치의 도입 등으로 2007년 11.4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5년 기준 9.4명으로 한국(2019년 26.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메레테 놀덴토프트 덴마크 국립자살예방연구소장은 “덴마크에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수단에 제한을 가하는 등의 적극 개입을 통해 자살률을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놀덴토프트 소장은 “자살 행위는 단독적인 질병이라기보다 다양한 사회적 측면과 관련된 합병증”이라며 “이런 위험에 있는 사람은 빠르게 파악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면 자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자살로 인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라이프라인’이라는 비정부단체(NGO)가 국가 지원금을 받아 오전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채팅을 통해 실시간 상담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담을 통해 긴급한 환자는 엠뷸런스 이송까지 연결한다고 전했다.  

 
우울 이미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중앙포토

우울 이미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중앙포토

이날 연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극단선택이 늘어날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미국의 댄 라이댄버그 자살인식교육협회(SAVE) 사무총장은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몇몇 보고에 따르면, 18~24세의 700명 가운데 100명 이상이 자살 생각을 더 자주 한다고 보고했다”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술이나 마약 등 약물남용이 13% 증가했다고 보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크리스틴 모건 국립정신보건위원회 위원장도 “코로나로 심리, 경제적 고통이 늘고 있다”며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전화를 통해 상담하는 등 사회적으로 연대돼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최하위(평균 88, 한국 72) 수준”라며 “이럴 때일수록 전화·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비대면 상담 강화, 지역사회 고위험군 찾아가는 서비스 범부처 연계, 연령별 맞춤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