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좋으면 재선 실패 없다" 美대선 공식, 트럼프도 통할까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격돌하는 대선이 바로 다음 주로 다가왔다. 미국 시간으로 11월 3일 화요일에 선거를 치른다. 선거 막판까지 격전이 벌어지고 플로리다를 비롯한 곳곳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조사가 발표되는 등 혼전 양상이 극심하다.   
10월 29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사진)은 애리조나주에서 대중 유세를 벌이고 있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오른쪽 사진)는 플로리다주에서 드라이브스루 유세에 나서고 있다. AP ·AFP=연합뉴스

10월 29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사진)은 애리조나주에서 대중 유세를 벌이고 있고,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오른쪽 사진)는 플로리다주에서 드라이브스루 유세에 나서고 있다. AP ·AFP=연합뉴스

 

트럼프, 여론조사 불리해도 활발한 선거 마케팅  

일단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여러 여론 조사에서는 10%P 정도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선거의 열쇠를 쥔 경합주에서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 최후의 순간까지 누구도 안심하기 쉽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뒤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격차가 좁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 바이든이 승리하면 ‘트럼프의 실정에 따른 어부지리’, 트럼프가 승리하면 다시 한번 ‘트럼프식 선거 마케팅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어느 경우라도 대중적인 관심을 트럼프가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득표를 적게 하고도 당선을 결정하는 선거인단은 더 많이 확보하면서 승리했기 때문에 예측과 전망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학력 등 기존에 없던 다양한 변수를 넣고 보정하는 등 방식을 개선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이에 따라 조사기관이나 미디어 등이 다양한 변수와 상황을 고루 살펴보면서 선거 결과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상황이다.
 
10월 28일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자가 나란히 모여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10월 28일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자가 나란히 모여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전투표, 2016년보다 83% 증가 8367만 넘어

이번 선거에서는 눈에 띄는 변수의 하나가 ‘사전 투표(조기 투표라고도 함)’의 급격한 증가다. 미국 플로리다대의 마이클 P 맥도널드 교수가 운영하는 투표 집계 사이트인 ‘미국 선거 프로젝트(United States Elections project)’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시간 10월 30일 현재 미국의 사전 투표자는 8647만6900명에 이른다. 부재자 투표자가 3064만7176명, 우편 투표자가 5582만9724명이다. 3503만 명 정도가 추가로 우편투표에 참여할 전망이다.  
11월 29일에 전체 사전 투표자가 8072만 1858명이었는데 하루 만에 395만 5042명에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조기 투표자가 4701만 5596명이었던 것에 비해 30일 기준 무려 84%가 늘었다. 지난 대선에 비해 2020년 대선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가 조기 투표인 셈이다.  
조기 투표는 원래 어르신이나 환자, 장애인을 비롯한 이동 약자를 위한 제도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이 우편 투표자가 특히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에 대한 반응이 트럼프 지지자와 바이든 지지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정치화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 지키기도 무시하면서 ‘코로나가 별것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것은 트럼프의 방역 실패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이들은 선거 당일에 투표소로 몰려갈 가능성이 크다.  
만 74세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77세의 조 바이든. AFP=연합뉴스

만 74세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77세의 조 바이든. AFP=연합뉴스

 

사전투표자 성향 민주 46.3%, 공화 29.9%…20개주 조사

반면 바이든 지지자는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방역 수칙을 지키는 편이다. 바이든은 대중 유세조차 삼갈 정도이며 지지자들도 이를 이해한다. 노인들은 두문불출이다. 사회적 거리 지키기가 어려운 투표장에 나가기보다 우편투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전투표의 급속한 증가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어떻게든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나서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조기투표의 정당별 지지 조사가 가능한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등 20개주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 46.3%, 공화당 지지 29.9%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전 투표자가 많은 주로는 민주당 지지세가 뚜렷한 캘리포니아(선거인단 55명)과 공화당 지지가 강한 텍사스(38면), 경합주인 플로리다(29명)의 3개 주가 꼽혔다. 과거 조사에서는 사전투표가 특정 정당에 유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전 투표, 특히 우편투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요인일 것이다. 트럼프는 우편투표 증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10월 22일 2차 TV 토론에서 중국과 북한 정책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AP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10월 22일 2차 TV 토론에서 중국과 북한 정책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AP ·AFP=연합뉴스

 

1932년 이후 경기 좋으면 현직 재선 전통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앞세울 수 있는 것은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과 경제 성적표다. 미국 현대사를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이 실패하는 경우가 드물고, 낙선한 경우는 모두 경제 실적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미국 대선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몰린다.
미국에는 193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처음 당선한 이후 경기 후퇴가 없으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는 전통이 있다. 미국 금융기관인 JP모간 사이트에 따르면 JP모간자산운용의 마리아 파올라 토스치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1932년 이후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경기 후퇴를 겪지 않은 이상 재선에 실패한 적이 없다”며 미국 대선에서 경제 실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스치의 말대로 1932년 이후 재선에 실패한 미국 대통령은 제럴드 포드(공화·1974~77년 재임), 지미 카터(민주·1977~81년), 조지 HW 부시(공화·1989~93년)의 세 명뿐이다.  
미국 텍사스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기념관에 걸려 있는 고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 EPA=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기념관에 걸려 있는 고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 EPA=연합뉴스

 

2차대전 영웅 부시, 병역기피 클린턴에 밀려

1992년 대선에서 베트남전 병역기피자인 민주당의 빌 클린턴(재임 1993~2003년)에 밀려 재선에 실패한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조지 HW 부시(1989~93년)는 경제 문제에 발목이 잡혀 무너진 대표적인 경우다. 
미국 41대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는 아들인 조지 W 부시 43대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나 ‘부시 41’로 불린다. 아버지 부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1~1989년)의 부통령으로 있다가 그의 뒤를 이어 공화당 정권 연속 3기 집권 시대를 열었다. 그의 재임 중 미국은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 대항하기 위해 다국적군을 결성해 걸프전(1990년 8월~1991년 2월)을 일으켰다. 미국은 걸프전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밀어냈다. 이 승리로 부시는 미국에서 승전의 영웅이 됐다.    
1944년 미 해군 조종사 조지 HW 부시. 예일대에 합격했지만 고교 졸업식 직후 해군에 입대해 최전방 항공모함의 전투기 조종사로 배치됐다. 일본을 폭격하다 태평양에 추락하기도 했던 전쟁 영웅이다. 사진=위키피디아

1944년 미 해군 조종사 조지 HW 부시. 예일대에 합격했지만 고교 졸업식 직후 해군에 입대해 최전방 항공모함의 전투기 조종사로 배치됐다. 일본을 폭격하다 태평양에 추락하기도 했던 전쟁 영웅이다. 사진=위키피디아

하지만 임기 내내 경제 성적표가 영 신통치 않았다. 1989년 3.67%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0.50%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해인 1990년에는 1.89%로 –1.79%를 기록했다. 이어 셋째 해인 1991년에는 -0.11%로 숫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1.99%P를 기록했다.  
이렇게 초라한 부시의 경제성적표는 대선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민주당은 이를 급소로 보고 화력을 집중했다. 클린턴 선거본부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를 선거구호로 내세웠다. 사실은 대선이 치러진 1992년 미국 경제는 전년도보다 3.63%P 높은 3.52%의 성장을 이뤘지만 때는 늦었다. 클린턴의 선거구호는 유권자의 심리를 자극해 정권교체를 이끈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군사외교의 우등 성적표가 경제의 낙제점을 벌충하진 못했다. 부시의 지지율은 걸프전 승리 직후인 1991년 3월 90%에 이르렀지만, 경제에 발목이 잡혀 1992년 8월 64%로 떨어졌다.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43.0%, 부시는 37.4%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선거인단은 각각 370명과 168명을 확보했다.
지미 카터 미국 39대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지미 카터 미국 39대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카터, 이란 인질극에 경기 뒷걸음질 속 패배

민주당의 지미 카터도 재선에 실패했다. 카터는 흔히 1979년 이란 혁명에 이어 발생한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 해결에 실패하는 바람에 재선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은 미국인 50여 명이 1979년 11월 4일부터 1981년 1월 20일까지 444일 동안 테헤란의 미국대사관 등에 인질로 잡혀있던 사건이다. 미국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외교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터는 구출작전을 시도했지만, 헬기 추락 등으로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만일 구출이 성공했다면 카터가 재선할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역사에서 가정은 없는 법이다.  
카터는 1980년 대선에서 41.0%를 득표해 50.7%를 얻은 로널드 레이건(1981~89년 재임)에게 패배했다. 확보 선거인단 차이는 더욱 커서 489명 대 49명이었다. 압도적인 승부였다.  
1979년 11월 4일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이 시작되던 당시 이란인들이 미국 대사관의 담을 넘어 들어가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1979년 11월 4일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이 시작되던 당시 이란인들이 미국 대사관의 담을 넘어 들어가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카터는 재임 중 경제 성적도 좋지 않았다. 이란 혁명과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이 없었더라도 유권자들이 외면했을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카터의 임기 첫해인 1977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62%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0.76%P를 기록했다. 경제가 뒷걸음쳤다. 1978년에는 5.54%로 전년도보다 0, 91%P가 나아졌지만 1979년엔 3.17%로 전년도와 비교하면 –2.37%P를 기록했다. 경제가 계속 뒷걸음질한 셈이다. 심지어 카터가 재선을 위한 대선을 치르던 1980년에는 –0.26%로 숫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3.42%P라는 임기 중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초라한 경제 성적표로 재선에 실패한 카터의 사례는 미국 대선과 경제와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1979년 6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전략무기 감축협정(SALTⅡ)조인식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는 미국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왼쪽)과 소련의 레오니트 브르즈네프 공산당 서기장. 사진=위키피디아

1979년 6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전략무기 감축협정(SALTⅡ)조인식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는 미국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왼쪽)과 소련의 레오니트 브르즈네프 공산당 서기장. 사진=위키피디아

포드, 닉슨의 부채에 경제까지 나빠 낙선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는 1973년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의 사임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부통령에 지명됐다.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이 지명하며, 부통령이 임기 중 궐위돼도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한다. 포드는 이듬해인 1974년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을 피하기 위해 사임하면서 대통령에 올랐다. 미국 역사상 대선을 거치지 않고 부통령·대통령을 모두 맡은 유일한 인물이다.  
포드가 대통령에 재임하는 동안 미국은 경제 침체를 겪었다. 경제성장률이 1974년엔 –0.54%로 전년에 비해 –6.19%P를 기록했다. 1975년에는 –0.21%로 0.34%P가 회복됐을 뿐이다. 선거가 치러진 1976년 경제성장률은 5.39%로 전년도에 비해 5.59%P가 나아졌으나 국민이 이를 체감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이미 지친 생태였다. 경제 위기를 치료하지 못한 것이 포드 재선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 셈이다. 게다가 워터게이트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공화당 정권의 이를 극복하고 민주당의 새 인물인 지미 카터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7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카터는 50.1%의 지지율로 29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으며, 공화당의 포드는 48.0%의 지지율로 240명을 확보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포드는 닉슨의 워터게이트로 인한 도덕성 손상을 상당히 극복했지만 약간의 뒷심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뒷심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평가되는 것이 낮은 경제 성적표다.  
 
미국 대통령선거일(11월 3일)을 앞둔 29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는 경합주에서 선전하며 막판 역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EPA·AF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일(11월 3일)을 앞둔 29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는 경합주에서 선전하며 막판 역전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EPA·AFP=연합뉴스

사전투표·경제성적표, 트럼프 운명 쥐다  

2020 미국 대선에선 사전투표와 경제성적표, 이 두 가지 요인 가운데 어떤 것이 결과에 더욱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는 감세와 코로나 보조금 지급 등으로 지지층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경제 정책을 펼쳐왔다. 바이든은 부유층 세금을 높여 이를 재원으로 건강보험과 복지를 유지·확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노리는 유권자가 서로 다른 정책이다. 이번 선거가 철저히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이뤄지는 정치마케팅 행사임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1932년 이후 미국에서 재선에 실패하는 네 번째 대통령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불리한 지지율을 넘어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극적인 승리를 거둘 것인가. 바이든은 조용한 선거 운동으로 반트럼프 유권자들을 결집해 백악관행 차표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미국 대선은 마지막 관문 앞에서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