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던 티파니 절대반지 손에 넣었다…명품제국 완성한 이 남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지난해 4월 사진이다. 취미는 피아노와 미술품 수집이다. 이혼 뒤 재혼한 부인도 피아니스트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지난해 4월 사진이다. 취미는 피아노와 미술품 수집이다. 이혼 뒤 재혼한 부인도 피아니스트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프랑스 남자도 가지지 못했던 게 있으니, 미국 명품 보석 브랜드 티파니였다.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71) 회장 얘기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아르노 회장은 한을 풀었다. LVMH가 티파니와 법적 갈등 끝에 인수합병(M&A) 절차를 재개하기로 하면서다.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로 유명한 미국 명품 브랜드는 이제 LVMH의 식구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르면 내년 1월 M&A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VMH가 거느린 명품 브랜드는 티파니를 빼고도 75개다. 기업 이름에 들어있는 루이뷔통을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다 LVMH 휘하다. 셀린느ㆍ디올ㆍ지방시 등 패션계의 클래식 명품부터 모에 샹동과 헤네시 등 주류, 태그호이어 등 시계 브랜드까지 섭렵했다. 아르노 회장이 공격적으로 M&A에 나선 결과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르노 회장을 두고 “명품 브랜드 수집가”라고 표현했다.  
 
LVMH의 명품 제국 건설에 있어서 티파니는 마지막 절대 반지였다. 세계 명품 시장의 소비자는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됐다. 중국 시장엔 착실히 뿌리를 내린 만큼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게 아르노 회장의 계산이고, 그 교두보가 티파니였다. 아르노 회장이 지금까지 진행한 M&A 중 가장 비싼 값을 치르면서 티파니를 사들인 배경이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아침을'의 한 장면. [중앙포토]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티파니에서아침을'의 한 장면. [중앙포토]

 
곡절은 있었다. 아무리 아르노 회장이라고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피할 수 없었다. 전 세계 면세점 매출이 추락하고 LVMH도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티파니와 M&A 협상 운을 떼며 가격을 제시했던 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11월이었다. 아르노 회장으로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LVMH는 티파니를 주당 135달러, 총 162억 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티파니의 주가도 떨어지고 회복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LVMH는 당초 합의 기한을 넘기면서 M&A에 뜸을 들였다. 티파니는 이에 LVMH를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제소했다. “더 싼 가격에 M&A를 진행하려는 꼼수”라는 게 티파니 측 주장이었다. 프랑스 정부까지 “1월6일 이전에 인수하지 말라”고 개입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난 28일, 양측은 극적 합의를 이뤘다. 주당 131.50달러에 전체 인수액 규모는 4억3000만 달러 줄어든 금액으로 M&A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법정 공방은 양측에 시간과 비용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는 공감대가 컸다. 티파니를 매입하고자 하는 아르노 회장의 의사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었다. WSJ는 “LVMH가 매입가를 원래보다는 낮추면서 체면은 살렸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터프한 협상가인 아르노 회장도, 티파니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딜”이라고 해석했다.  
 
뉴욕의 티파니 본점의 간판. 티파니 특유의 파란색은 '티파니 블루'로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의 티파니 본점의 간판. 티파니 특유의 파란색은 '티파니 블루'로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LVMH 본사에선 영어 이니셜인 ‘B.A.’라고만 불린다고 한다. NYT의 패션 전문기자 바네사프리드만은 지난해 11월 티파니 인수 협상이 개시됐을 당시 기사에서 “B.A.에 관해 물으면 LVMH 사람들은 프랑스인들 특유의 제스처로 어깨를 으쓱하며 ‘뭐, 북쪽 출신이잖아?’라고 답한다”고 전했다. 아르노 회장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출신이다. 프리드만은 “노르망디 사람들은 파리지엥보다 차갑다는 평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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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도 패션과 거리가 멀었다. 아르노 회장은 노르망디에서 아버지가 장인에게 물려받은 공업계열 회사에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학위도 프랑스의 유명한 공학대학인 에꼴폴리테크닉에서 받았다. 그러다 미국 유학을 떠났고, 미국인들이 프랑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명품 브랜드는 안다는 점에 착안해 인생 항로를 틀었다.  
 
프랑스로 돌아온 아르노 회장은 파산 위기에 처해있던 명품 브랜드 디올의 모(母)기업인 부삭(Boussac)을 인수하며 명품 제국의 초석을 쌓았다. 그의 어머니가 디올의 팬이었다는 게 패션업계에 도는 이야기다. 인수 후 아르노 회장은 공격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적자를 냈던 직물 및 섬유 사업을 정리했고,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후 그는 LVMH에 눈독을 들이며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수차례 법적 공방 끝에 LVMH는 아르노 회장의 수중에 들어갔고, 그는 1990년대부터 대대적 M&A에 나섰다. 그의 전략은 브랜드마다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NYT는 "LVMH의 브랜드들은 각기 고유의 전통과 역사를 살린 개별 기업과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런 개성을 살려준 것이 아르노 회장의 경영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제 티파니 절대반지까지 손에 넣은 아르노 회장의 명품 제국은 전 세계를 아우르게 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