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측근에 슬쩍 "바이든 당선되면 나한테 좋은 거 아닌가"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수도권·강원도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했다. 정 총리는 "시민들은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게 되고 소상공인의 부담이 다시 커질 것이지만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위기가 닥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17일 수도권·강원도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격상했다. 정 총리는 "시민들은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게 되고 소상공인의 부담이 다시 커질 것이지만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훨씬 더 큰 위기가 닥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바이든이 당선되면 나한테도 좋은 거 아닌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직전 정세균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측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바이든은 갈등이 아닌 통합을 강조해 왔고 경륜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라며 “(정 총리가) 그런 차원에서 자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다른 자리에서 정 총리는 “정치적 행보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차기 대선 도전의 마음을 굳혔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충분한 표현이다. 
 
실제로 최근 정 총리는 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대책 등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현안에 대응하는 틈새를 이용한 행보에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7일 포항→11일 부산→14일 울산·경주 등 영남권에 발걸음을 자주 옮기는 게 단적인 사례다. 포항에 가는 날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항의 사위”라고 썼다. 정 총리의 부인 최혜경(67) 여사는 포항 흥해읍 출신의 독립운동가 고(故) 최홍준 선생의 딸이다.
 
정치적 스킨십의 컨셉도 ‘통합’이다. 정 총리는 지난 9일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20여 명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초청했고 16일엔 최강욱 대표 등 열린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곧 국민의힘 지도부에게도 만찬을 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달 정 총리와의 만찬에 다녀 온 한 의원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였다”며 “총리와 처음 만난 이들도 자연스레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경북 포항을 방문한 정세균 총리(가운데)에게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지진 피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정 총리는 스스로를 '포항의 사위'라고 소개하는데 부인 최혜경 여사가 지역 명문인 경주 최씨 집안에, 포항 흥해읍 출신이라서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경북 포항을 방문한 정세균 총리(가운데)에게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지진 피해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정 총리는 스스로를 '포항의 사위'라고 소개하는데 부인 최혜경 여사가 지역 명문인 경주 최씨 집안에, 포항 흥해읍 출신이라서다. 연합뉴스

 

“총리실은 양산박”

‘선거계의 조용한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정 총리가 행보만큼 신경 써 온 건 조직이다. 지난 1월 국무총리 비서실 인선이 공개되자 민주당에선 “정 총리가 총리실에 양산박을 꾸렸다”(한 중견 당직자)는 말이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 대표이던 시절 대변인을 지낸 김성수 전 의원을 비서실장에, 정동영·안철수 전 의원의 책사였던 정기남 전 국민의당 홍보위원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대선캠프의 핵심이었던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민정실장에 앉힌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정세균 총리는 2012년 6월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이 믿는 든든한 경제대통령 되겠다"고 했었다. 기업인(쌍용양회) 출신에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민주당 대표급 인사 중에선 많지 않은 '시장경제통' 이미지가 있어서다.

정세균 총리는 2012년 6월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이 믿는 든든한 경제대통령 되겠다"고 했었다. 기업인(쌍용양회) 출신에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는 등 민주당 대표급 인사 중에선 많지 않은 '시장경제통' 이미지가 있어서다.

출신이 다양한 인사들의 조합인 ‘양산박 컨셉’은 지난 6일 발표된 특보단 인사에서도 눈에 띄었다. 숫자는 이유진(46)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지영미(59) WHO(세계보건기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긴급위원회 위원 등 그린뉴딜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염두에 둔 환경·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민주당 인사들의 눈길은 국민소통분야에 위촉된 한상익(51)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교수, 김현성(49) 중소기업유통센터 상임이사에 쏠렸다. 한 교수는 최근까지 이해찬 대표 시절 정무실장으로 일했고 김 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한동안 SNS 홍보를 총괄했던 인사다. 정 총리의 한 측근 인사는 “공식적으로 위촉할 수 있는 특보와 자문위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주변의 자문교수그룹도 소장파를 중심으로 재조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균계(SK계) 의원들도 정 총리의 잰 걸음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영주·이원욱·안규백·김교흥·안호영 의원 등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달 26일 3개월만에 첫 모임을 열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미뤄 온 행사에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민주당에 계파가 있다면 SK계가 유일하다”며 “정 총리가 대선 도전 깃발을 들면 고민 없이 따라갈 사람이 3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텝은 치료제와 백신에 달려”

민주당 내에서 정 총리의 대선 도전을 의심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도전 의사를 묻는 말에 “주어진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한 게 전부였다. 문제는 언제 총리직을 내려놓느냐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정 총리가 모양 좋게 도전하기 위해선 코로나 확진자 발생 숫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과 치료제 개발 시점이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총리 주변에선 연말 연초에 자리에서 내려와 재보선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3~4월까지 방역과 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가운데)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아 "백신개발과 성공은 우리 국민과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므로 사명감을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정세균 총리(가운데)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아 "백신개발과 성공은 우리 국민과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므로 사명감을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요즘처럼 1일 발생 코로나 확진자 수가 300명을 오르내리는 상황은 정 총리에겐 경고등처럼 다가올 수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코로나 방역, 치료제 및 백신 개발 현황, 연동된 경제활동 실태 등을 챙기는 데 쓰고 있다”며 “보고만으로 궁금증이 소화가 안 돼 전문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을 찾았던 것도 백신개발에 나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어서다. 정 총리는 현장에서 “백신개발과 성공은 우리 국민과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