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확산에 소비쿠폰 일시 중단…"방역·경제 위기 자초했다"

정부가 소비쿠폰 발행을 중단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이 현실화하면서다. 코로나19 재점화 불씨가 꺼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내수 부양을 이유로 성급히 대면 소비를 부추겼다가 방역과 경제 모두 위기를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3차 확산에…소비쿠폰 지급 일시 중단 검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2일 중앙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소비쿠폰 발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방침하에 어떻게 중단할 것인지, 추후 연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데 따른 것이다.
 
일시 중단과 함께 소비 쿠폰별로 사용 여부를 차별화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숙박·여행과 같이 국민의 이동을 늘릴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사용을 제한하고, 온라인 쇼핑몰 사용 쿠폰 등은 허용하는 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구체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8대분야 소비쿠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8대분야 소비쿠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서 정부는 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8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비쿠폰 사업을 지난 8월에 시행하기로 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관련 예산 1864억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8월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며 사업을 제대로 시작도 못 한 채 중단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나서 대면 소비를 부추기는 행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자 지난달 22일부터 소비쿠폰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는데 또다시 8월과 유사한 상황이 빚어졌다. 
 

4분기 V자반등 정부 계획 차질 

정부의 소비 부양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9% 늘어나며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에서 벗어났다. 정부는 수출이 꿈틀대는 상황에서 소비를 더욱 끌어올려 4분기 ‘V자 반등’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수출은 해외 경제 상황 변수 등으로 정책 효과에 따른 시차가 있지만, 소비는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은 전년 대비 5.6% 증가다. 9개월 만에 늘었다. 소비도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지난달 백화점(2.4%), 할인점(2.8%) 매출이 1년 전보다 늘었다. 각각 1개월, 2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2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경기회복, 고용회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소비 진작”이라며 “11월 들어 8대 소비쿠폰 재개, 15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진행 중으로 소비 리바운드(Rebound) 지속을 통해 유통·제조업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골목상권까지 소비 활력이 되살아나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내수 부양책의 핵심인 소비 쿠폰 사업이 다시 중단되며 정부의 계획이 크게 어그러졌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정부가 지난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잠정 중단했던 8대 분야 소비쿠폰(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발행을 30일 재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의 외식업소 밀집지역 모습.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1천112개 여행상품에 대해 가격을 30% 깎아주는 '여행 할인권'을 제공한다. 또 3차례 외식을 하면 4회차 외식 때 1만원을 환급해준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침체된 농촌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농촌관광' 사업도 재개됐다. 2020.10.30/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정부가 지난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잠정 중단했던 8대 분야 소비쿠폰(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발행을 30일 재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의 외식업소 밀집지역 모습.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1천112개 여행상품에 대해 가격을 30% 깎아주는 '여행 할인권'을 제공한다. 또 3차례 외식을 하면 4회차 외식 때 1만원을 환급해준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침체된 농촌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농촌관광' 사업도 재개됐다. 2020.10.30/뉴스1

 
섣부른 소비 진작책이 사회거리두기 강화로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다시 충격을 받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되면 유흥업소에는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사실상 영업을 못 한다는 얘기다. 식당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소비쿠폰 사업을 시행할 때마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방역이 되지 않으면 소비쿠폰 사업과 같은 정책은 의미가 없는데 정부가 섣불리 강행하며 영세 자영업자가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소비쿠폰 사업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완화하면 소비쿠폰을 재개할 방침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이미 소비쿠폰 사업 용도로 4906억원이 반영돼 있다.
   

소비쿠폰 한계 명확…피해 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하지만 소비 쿠폰 형태의 일회성 정책으로 내수 회복세를 이끌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한국경제학회 주최 ‘성장 잠재력 제고와 분배 개선을 위한 재정의 역할’ 세미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소비쿠폰 같은 이전지출은 그 효과가 불명확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전지출은 평상시에도 그 효과가 유의미하게 추정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전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일시적인 소비 쿠폰 지급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재정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재원을 코로나19 피해가 큰 계층에 집중적으로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