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용의 시시각각] 이민 확대·비혼 출산을 허하라

손해용 경제에디터

손해용 경제에디터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4년 내놓았던 인구 시뮬레이션은 섬뜩하다. 자체 예측모형을 통해 한국의 인구 추이를 전망했는데, 당시 출산율(1.19명)이 지속할 경우 2750년 한국의 인구가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56년 4000만 명, 2100년 2000만 명, 2198년 300만 명, 2256년에는 100만 명으로 줄어든 뒤 500년에 걸쳐 한국의 인구는 0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올해 출산율이 0.8명대로 추락할 것이 확정적인 만큼 저 시나리오대로라면 한국의 소멸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물론 출산율은 추후 다시 높아질 수 있고, 워낙 변수가 많기에 이대로 될 거라 보진 않는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한국이 심각한 ‘인구 절벽’을 맞은 것은 분명하다.
 
인구 절벽 쇼크는 ‘출산율 저하→인구 감소→내수 위축→경기 침체→출산율 저하’라는 악순환을 부른다.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줄면서 생산력이 줄고, 전체 소비가 감소하면서 투자 요인이 사라진다. 여기에 복지 비용 증가로 인한 국민 세금 부담 증가, 제조업체가 해외 이전을 선택하는 ‘산업 공동화 현상’ 등으로 경제의 존립 자체를 흔든다.
 
원인을 콕 집어 말하면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안 해서다. 직장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내 몸 하나 누울 곳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이들에게 결혼은 사치다. ‘육아는 아이템 빨’이라는데 애를 낳으면 비용이 만만찮다. 자녀가 없을 때의 비용 대비 효용이 있을 때보다 더 크니 출산을 기피한다. 정부가 200조원 넘게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청년들의 가치관이 변한 만큼 저출산 추세를 돌리기는 힘들 것 같다.
 
한국 인구 2750년이면 소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 인구 2750년이면 소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젠 기존에 추진하지 않던 다른 대안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사회적 저항과 편견이 큰 까닭에 추진하기 쉽지 않았던 과제들이다. 우선 현재 만 60세인 정년 연령을 더 늘리는 안이다. 정년을 늦추면 생산가능 인구가 늘어나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화한다. 노후 준비 시간을 벌 수 있어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는 복지 부담도 줄어든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청년층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기업 부담을 완화할 새로운 임금체계 도입도 전제돼야 한다.
 
군대 인력체계 개편도 거론된다. 모병제가 되면 의무복무를 해야 했던 남성 인력들이 사회로 진출해 경제활동에 가담할 수 있다. 여군 확대로 남성 병역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유휴 여성 인력을 줄인다. 그러나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성으로 안보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전통적인 결혼관이 해체되고 있는 만큼 방송인 사유리가 선택한 ‘비혼 출산’도 전향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결혼·연애는 하지 않더라도 출산을 원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동등 비교는 힘들지만 프랑스는 비혼 출산 지원을 늘려 저출산 문제 해결에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행복권 침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비혼모 가정을 수용할 사회·경제적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외부 수혈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성을 갖춘 이민자에게 문호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개방적 이민 정책을 펴지 않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그런 일본조차 이젠 이민 수용을 장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 이민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종·문화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 등이 부담이다.
 
정부 ‘인구대책 TF’에 몸담았던 한 경제부처 국장급 인사는 이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하나 정치적 부담이 컸다”며 "그래서 비공식적인 장기 과제로 돌리는 선에서 정리됐다”고 했다. 아쉽게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불과 6년 뒤면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지금부터 공론장을 열어 각 대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답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