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앱·진단키트 모두 벤처…육성할 산업 1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위기는 세계 질서의 커다란 변곡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 선진국들이 코로나19 타격을 심하게 받으면서, 한국에겐 변화를 앞장서 이끄는 도전의 시기가 되고 있다.
 

한국이 전하는 선진국의 가치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중앙일보가 지난 20일 개최한 ‘2020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잘하는 것, 새로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혁신한다면 한국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중앙일보가 개최한 '2020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컨퍼런스' 에서 김진우 덕성여대 총장 직무대리가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20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중앙일보가 개최한 '2020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컨퍼런스' 에서 김진우 덕성여대 총장 직무대리가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판 뉴딜의 기본 철학을 디자인한 인물 중 한명인 김진우 덕성여자대학교 총장 직무대리는 시대적 키워드로 ‘정의로운 전환’을 꼽았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만 해도 새롭게 뜨는 분야와 좌초하는 분야로 갈리는 만큼 국가 단위에서 사회적 합의 구조를 만들고 다양한 합의 전략과 기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향으로는 ▶에너지·데이터 등 자원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사회경제적 정의’ ▶수도권과 지방에 자원을 균형 있게 분배하는 ‘공간·지리적 정의’ ▶미래 세대를 위해 자원을 배분하는 ‘미래정의’ 등을 제시했다. 김 총장대리는 “연대와 협력 정신에 기반을 두는 것이 선도이자 선진국”이라며 “K-방역 등 한국의 제도와 일하는 방식 중에 세계에 좀 더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발굴하고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봄과 기술이 농업을 만난다

케어팜과 스마트팜 육성 전략방안을 설명하는 임지영 푸르메재단 팀장. 임현동 기자

케어팜과 스마트팜 육성 전략방안을 설명하는 임지영 푸르메재단 팀장. 임현동 기자

이날 많은 관심이 쏠린 성장동력 분야는 농업이었다. 타국에 비해 뒤진 것으로 평가됐던 농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이채로웠기 때문이다. 발달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농축산 시설 케어팜(Care Farm)을 운영하는 푸르메 재단의 임지영 팀장은 “세계 12위 고령 국가인 한국은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로 인해 돌봄을 가정이나 (요양원 등) 특정 직군에만 맡길 수 없게 됐다”며 “공동체가 함께 돌보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11위 고령국가인 네덜란드의 경우 치매와 장애, 우울증을 겪는 취약 계층이 참여하는 전국 1200여개 케어팜이 복지의료 체계로 편입돼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공동체 허브로 자리잡았다. 치유와 생산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온실을 운영하고 흙이 아닌 인공 영양물 등에서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팜도 한국이 앞서갈 수 있는 분야다. 임 팀장은 “꼭 필요한 만큼의 양분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팜은 미래에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농장의 형태”라며 투자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스마트팜에도 일종의 프랜차이즈처럼 금융·데이터·판로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청년 농업인이나 귀농을 원하는 은퇴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초소형 ‘인공태양’ 기술 한국이 선도 

일반인에게 생소한 ‘초전도 마그네틱(자석)’ 기술로 산업 혁신을 이룰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초전도란 물질의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초전도 자석은 초전도 코일에 적은 전력으로 매우 센 자기장을 얻을 수 있게 한 전자석이다.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평가받는 한승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초전도 자석 기술을 제조업 분야에 적용하면 1000조원 규모의 제조산업 혁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초전도 자석 기술로 제조업을 혁신하면 전기기기의 고성능·고효율·소형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 산업을 주도할 고효율·고출력 전기차 모터 생산은 물론,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로를 기존의 지름 28m에서 4m의 소형차 크기로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초전도 자석과 제조업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초전도 자석과 제조업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벤처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은 “코로나 사태에서 어떤 약국에 마스크 재고가 있는지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가장 빨리 만든 게 스타트업이었고, 진단키트 기업도 모두 벤처기업이었다”며 포스트 코로나 산업 육성전략 1순위로 '벤처기업 육성'을 꼽았다. 실제 코로나 확산 이후 전체 벤처투자에서 비대면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41.2%에서 올 상반기 46.6%로 증가했다. 박 정책관은 “벤처기업이 고용한 인원은 66만명으로 4대 기업 69만명과 맞먹는다”며 “벤처펀드 투자를 받은 기업은 최근 5년간 4만8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벤처펀드는 30조원 수준으로 매년 1조원씩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8월부터 복잡한 규제를 단순화한 벤처투자촉진법을 시행한 데 이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제한적 허용, 복수의결권 도입 등을 도입해 벤처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린뉴딜 성패, IT기술에 달렸다 

전문가 주제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연구단장이자 사회를 맡은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은 “비대면도 IT기술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처럼 한국이 잘하는 제조업 등을 어떻게 살려 나가야 할지 다뤄보자”고 운을 뗐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의 진행으로 김영근 LS일렉트릭 상무, 김주원 LG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학과 교수, 배종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의 진행으로 김영근 LS일렉트릭 상무, 김주원 LG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학과 교수, 배종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토론자로 나선 김영근 LS일렉트릭 상무(최고기술책임자)는 “한국판 뉴딜은 그린뉴딜·디지털뉴딜·휴먼뉴딜로 압축할 수 있는데, IT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뉴딜 열차를 타야 그린뉴딜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저장장치(ESS), 스마트 팩토리, 차세대 전력망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모든 제조 기업은 205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에 도달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어 그린뉴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상무는 LS그룹이 10년 넘게 투자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초전도 기술을 언급하며 “모듈과 모터 등 각종 전력기기들이 초소형화하면 바이오·교통·국방 등 어마어마하게 쓸 데가 많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10년 뒤 낯선 회사들 상위권 올라야

코로나 이후 찾아올 식량안보 위기를 농업 혁신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주원 LG연암대 스마트원예학과 교수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8%로 2009년과 비교해 10%포인트 하락했고, 40세 이하 농업 경영주는 7500명에 불과하다”고 우려하며 “기후 변화와 농업 인구 감소에 맞서 먹거리를 확보하려면 스마트팜의 도입과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각 산업의 기술이 농산물에 접목되는 기술의 융합, 그리고 이를 실현할 인재 육성이 필요하고, 생계형 농업이 아니라 수출형 농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종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산업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의 세대 교체”라며 “벤처 생태계 육성의 목표가 지나치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형성에 쏠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기벤처부의 정책이 1조원 중견기업을 만드는 중기부 정책과, 차세대 기업을 키우는 벤처부 정책으로 구분돼야 한다”며 “벤처의 본질은 실패인 만큼 100건 투자하면 1~2건 정도만 건질 수 있어 단기적 성과보단 10~20년의 장기적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10년 내에 낯선 이름의 회사들이 상위권에 오를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심정으로 벤처 생태계를 육성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소아·강기헌 기자 lsa@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