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만 짓고 돈 없어 방치, YS도서관 5년만에 문 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 인근에 세워진 구립김영삼도서관.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0일, 동작구와 김영삼민주센터가 함께 개관식을 열었다. 최초 목표로한 2013녀보다 7년이 늦어진 개관식이었다. [사진 동작구]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 인근에 세워진 구립김영삼도서관.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20일, 동작구와 김영삼민주센터가 함께 개관식을 열었다. 최초 목표로한 2013녀보다 7년이 늦어진 개관식이었다. [사진 동작구]

“도서관 짓는다고? 그라면 내 전 재산 다 줄 테니 꼭 해라. 내 자식들한테 한 푼도 안 물려주고 다 거기다 주께.”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생전 자신의 이름으로 도서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YS의 최측근이었던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YS 서거 5주기인 22일 중앙일보에 전한 얘기다. 김 이사장은 “YS는 재임 중에도 미국에 전직 대통령 도서관과 관련한 법이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가능할지 검토해보라고 했었다”며 “당시엔 할 일도 너무 많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보일까 추진 못했지만, 의지는 그만큼 강했다”고 설명했다.

 
사저를 뺀 YS의 전 재산 50여억원이 도서관 건립에 투입됐고, 서거 두 달 전인 2015년 9월 그가 살던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건물이 준공됐다. 그러나 YS는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의 개관을 보지 못했다. 준공 5년 뒤인 지난달 30일에야 개관했기 때문이다. 과정을 지켜본 김 이사장은 “참 많은 곡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2010년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센터)가 출범했고, YS의 재산 50억원에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된 국비 75억원과 개인 및 기업 등의 민간 기부금 모금액 약 150억원이 더해져 270여억원이 조성됐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왼쪽),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오른쪽) 이사장 등이 20일 열린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에서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왼쪽),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오른쪽) 이사장 등이 20일 열린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에서 도서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건축비 등 예산을 잘못 예측한 데다, 센터 사무국장이 도서관 설립 부지 매입 자금을 빼돌린 사건도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돈이 부족했다. 건물 뼈대는 완성됐지만 내부 공사비도, 세금을 낼 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당초 2013년으로 계획됐던 개관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김 이사장은 “2017년 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보니 미납 건축비와 세금 등 40억원의 부채가 쌓여있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문을 열어도 건물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비가 투입돼 사무실 임대 등의 수익사업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정상 개관을 위해 기부채납을 추진했다. YS의 고향인 경남 거제시가 적극적이었지만 기부채납을 위해선 부채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빚을 갚기 위해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기부금을 모은 김 이사장은 “YS와 인연이 깊은 기업들조차 ‘YS 재임 때 사업에 도움을 받기는커녕 세무조사만 받았다’며 거절할 정도였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센터는 기부금 모금과 함께 영부인 손명순 여사가 사는 사저와 사료까지 매각해가며 어렵사리 부채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자 이번엔 거제시가 기부채납을 포기했다. 기부채납에 적극적이던 권민호 전 거제시장이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고 시장이 바뀌면서 없던 일이 됐다.
 
센터는 다시 기부채납 대상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나서는 곳이 있었다. 도서관이 위치한 서울 동작구였다. 수차례 파도를 넘은 덕분인지 이후로는 속도가 붙었다. 2018년 말 구의회와 정부 승인을 거쳤고, 2019년 기부채납 절차가 완료돼 YS 서거 5주기를 이틀 남긴 20일 개관식을 열 수 있었다. 지상 8층, 지하 4층에 연면적 약 6240㎡ 규모다.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정세균 총리(왼쪽부터)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종철 정의당 대표. 정 총리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을 '위대한 혁명가', '통합과 포용의 지도자'라고 칭했다. 사진기자협회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정세균 총리(왼쪽부터)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종철 정의당 대표. 정 총리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을 '위대한 혁명가', '통합과 포용의 지도자'라고 칭했다. 사진기자협회

 
김 이사장은 “고비가 많았지만, 동작구를 대표하는 도서관이 됐으니 도서관을 찾는 젊은이들이 YS처럼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작은 동력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