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넘은 황선우 "안 된다고 하니까 더 오기 생겨요"

'마린보이' 박태환(31) 이후 잠잠했던 한국 남자 수영에 무서운 유망주가 나타났다. 박태환의 자유형 100m 한국 신기록을 깬 고교생 황선우(17·서울체고)다. 
 
한국 수영 무서운 유망주 황선우가 24일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 수영 무서운 유망주 황선우가 24일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선우는 지난 18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25의 한국기록을 세우고 우승했다. 종전 한국기록은 지난 2014년 2월 호주 대회에서 박태환이 작성한 48초42였다. 황선우는 6년 9개월 만에 0.17초를 단축했다. 미국 수영 전문 매체 스윔스왬은 "아시아 선수 중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며 황선우를 주목했다. 황선우의 100m 기록은 '차세대 수영황제' 케일럽 드레셀(24·미국)의 만 17~18세 기록(48초78)보다 앞선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현재 아시아기록은 닝쩌타오(27·중국)가 2014년에 수립한 47초65다. 황선우와는 0.6초나 차이가 난다. 세계기록은 2009년에 세자르 시엘루 필류(33·브라질)가 작성한 46초91이다. 황선우와는 1.34초 차다. 자유형 100m는 전 세계에 걸출한 선수들이 많아 아시아 선수들은 넘기 힘든 벽이다.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는 2015년 러시아 카잔 대회에서 닝쩌타오가 유일하다. 박태환도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에 집중했다. 주 종목은 자유형 400m였다. 
 
그런 어려운 현실이 황선우를 더욱 자극했다. 24일 서울 송파구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만난 황선우는 "아시아 선수들은 자유형 100m에서 안 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더 오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황선우는 타고난 영법이 정말 좋다. 근력· 지구력·폐활량 등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유형 1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적인 수준인 47초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선우가 24일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선우가 24일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선우는 로핑 영법(loping stroke)을 구사한다. 미국 수영대표팀 선수들이 자주 구사한 영법으로 한쪽 스트로크에 힘을 더 실어주는 비대칭 스트로크다. 황선우는 "오른쪽 스트로크를 할 때 더 힘이 실어진다. 수영 동호회 출신인 부모님을 따라 만 5세에 처음 수영했는데 본능적으로 이런 영법을 썼다"고 전했다.  
 
주변에서는 황선우에게 "자유형 100m보다는 자유형 200m가 더 승산이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5초92의 기록으로 우승하면서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일라이자 위닝턴(20·호주)이 18세였던 2018년 12월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에서 작성한 종전 기록(1분46초13)을 0.21초 단축했다. 
 
대한수영연맹이 보낸 요청서를 국제수영연맹이 비준하면 황선우는 한국 수영 선수로는 최초로 주니어 세계기록 보유자가 된다. 현재 평영과 개인혼영 등 일부 종목에 일본, 중국 선수들이 주니어 세계기록을 갖고 있으나 자유형 종목에는 남녀 통틀어 아시아 선수는 한 명도 없다. 황선우는 "코로나19로 대회가 많이 취소돼 힘들었지만, 워낙 체력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유형 200m보다 100m에 애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황선우가 24일 훈련하게 위해 수영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선우가 24일 훈련하게 위해 수영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황선우는 수영을 한 12년 동안 슬럼프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동영상 전문 사이트에서 24시간 동안 수영 영상만 찾아본다. 다른 영상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기록이 단축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며 웃었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올림픽 기준기록을 넘었다. 한국 남자선수가 두 종목에서 기준기록을 넘어선 건, 박태환 이후 처음이다. 그는 "1년 전에는 '도쿄올림픽 출전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결선에 올라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