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들과 일전불사…불법 사찰에 목숨 거는 추미애, 향후 전망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하루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김상선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추 장관은 하루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김상선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재판부 사찰 혐의로 수사까지 의뢰했다.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는 전례가 없는 일로 검찰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추 장관은 일전불사 하듯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과 40개 지청 소속 평검사들이 모두 윤 총장에 대한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부산서부지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검과 지청이 참여한 것이다. 평검사들은 이례적으로 실명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추미애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을 ‘검찰 개악’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검찰을 더 철저한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게 정녕 장관과 거대 여당이 꿈꾸는 검찰개혁이냐”고 비판했다.
 

평검사도 “검찰개악”이라고 비난했지만, 추미애 장관 “징계 절차 강행하겠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날 “이번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고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고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며 검사들의 요구에 대해 정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강행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대검 감찰부에서 수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대검은 2013년 중앙수사부가 폐지되면서 직접 수사 기능을 잃었다. 하지만 고검 검사급 이상 검사 대상 감찰을 할 때 특별감찰단에 수사 권한을 주는 훈령에 따라 강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특별감찰단은 2016년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비위 사건을 계기로 올해 초 대검 감찰부 산하 감찰3과 직제로 편입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공개한 대검 문건 속 판사 주요 평가 보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공개한 대검 문건 속 판사 주요 평가 보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날 감찰3과 소속 검사들이 실명으로 공격당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허OO, 오OO 검사님을 비롯한 감찰본부 구성원들에게 올리는 글’이란 문자가 공유됐다. 이 글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맡았던 허모 대검 감찰3과장과 검찰연구관 오모 검사의 실명을 들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25일 감찰3과 압수수색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자에는 “대검 감찰본부는 중요 비위사건 감찰에 관하여 그 착수 및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한다고 돼 있고, 이는 감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규정”이라며 “최소한 11월 24일 이전부터 수사나 내사를 해왔을 것인데, 총장 또는 직무대행에게 전혀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는 내용이 적혔다.  
  
감찰부의 당초 조사가 판사 사찰 의혹 자체에 관한 것이었다면, 윤 총장에 대한 수사 의뢰는 판사 사찰에서 윤 총장의 관련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 26일 윤 총장을 수사 의뢰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다.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와 같다. 사전 조사를 거쳐 수사가 개시되면 윤 총장은 피의자 신분이 돼 기소될 수도 있다. 
 

추미애, 윤석열 총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했던 같은 혐의로 수사 의뢰

 
하지만 홍승욱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은 “프로야구팀 코치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심판의 경력과 경기 운영방식, 스트라이크존 인정 성향과 선수들 세평을 분석해 감독에게 보고하고 선수들과 공유하면 심판에 대한 불법 사찰이 되는 무서운 세상”이라며 법무부 주장을 비꼬았다. 
 
대구지검 소속 평검사도 이날 “법무부도 국제분쟁 중재인들과 관련, 비슷한 문건을 만든 적이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그렇듯 소송 당사자로서 재판부 관련 문건을 만드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제분쟁 사건 중재판정부는 변호사와 교수 등 자격을 가진 자로 일회적으로 구성되고, 구성 방식도 국내 형사소송 재판부와는 전혀 다르다”고 직접 반박했다.
 
추 장관은 다음 달 2일 검사 징계위원회 개최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감찰위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징계위 전날인 1일 감찰위원회도 열기로 했다. 다만 감찰위는 자문 기구로써 필요한 조치를 장관에게 권고하게 돼 있어 이날 회의 결과가 징계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