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신건강 적신호" 1393 상담사 늘리고 우울증 검진 필요할 때 받게 한다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 우울증 검사 주기가 ‘10년마다 한 번’에서 ‘10년 중 한 번’으로 바뀐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상담 인력이 100명 이상으로 충원된다. 연예인만을 대상으로 한 극단선택 예방교육 프로그램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극단적 선택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서울 한강 한강대교 보도 난간에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강 한강대교 보도 난간에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3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전 국민 ▶취약계층 ▶자살 고위험군을 나눠 관련 자살예방 대책을 내놨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민 정신건강에 뚜렷한 적신호가 드러났다”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되짚고 한층 강화된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자살사망자(추정치)는 975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8명(-5.0%) 줄었다. 그러나 올해 1~7월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는 지난해보다 0.2%, 2018년보다 4.5%(추정) 각각 증가한 상황이다. 1393으로 걸려오는 상담전화 건수도 올해 8월 기준 1만7012건으로 지난해 8월(6468건)과 비교해 2.5배 넘게 급증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는 20·30·40·50·60·70세 해당 연령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국가검진 우울증 검사를 필요할 때에 10년 주기로 받을 수 있게 했다. 가령 예전에는 20세에 우울증 검사를 받지 않으면 30세까지 10년간 우울증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2년마다 시행되는 검진 주기인 22·24·26·28세 때 검사가 가능해진다.
 
1393 자살예방상담전화 광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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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응급실 88곳으로 확대 

동네 의원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선별검사를 한 뒤 의사가 고위험군을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과로 연계할 경우 수가를 부여하는 시범사업도 내년부터 추진한다. 우울증 검사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평가를 거쳐 향후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 중 1393 인력도 100명 이상으로 늘린다. 현재 1393 상담사는 32명이 4조3교대로 24시간 돌아간다. 일반 정책 상담전화까지 받고 있어 자살 관련 상담 3건 중 2건은 연결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취약계층인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도 지원한다. 전국 57개 고용센터에서 상담을 해주고 고위험군은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적극 연계하기로 했다. 
 
최근 몇년 새 연예인의 극단 선택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연예인과 매니저 대상의 극단선택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기로 했다. 
서일환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연예인에 특화된 교육 자료로 우울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다스릴지 등을 알려주는 식으로 동영상을 만들었다”며 “민관 협의체를 통해 어떻게 홍보, 보급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미성년의 연습생 중심으로 진행하던 비공개 심리상담 횟수는 3회에서 10회로 늘리고 대상 연령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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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극단적 선택 경험이 있는 등 자살 시도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해선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사례관리 대상에 포함해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 의료기관도 현재 67개소에서 내년 88개소까지 늘린다. 
 
이 밖에 최근 학생과 20~30대 여성의 극단선택이 늘고 있는데 따라 ▶학생 자살예방 교육 확대(연간 4시간→6시간) ▶교사 생명지킴이 교육 의무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여성 대상 상담 강화 ▶자조모임, 커뮤니티 활동 지원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집행할 인력 확충 뒤따라야” 보완책 주문도

그러나 기존 정책을 업그레이드한 대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3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 우울증 검사 주기를 ‘10년마다 한 번’에서 ‘10년 중 한 번’으로 바꾸기로 하는 등의 자살예방 강화대책을 내놨다. 중앙포토

정부가 3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 우울증 검사 주기를 ‘10년마다 한 번’에서 ‘10년 중 한 번’으로 바꾸기로 하는 등의 자살예방 강화대책을 내놨다. 중앙포토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망라한 대책으로 보인다”며 “나열된 대책들 간에 연계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상담 등 1차 접촉 이후 중증도나 위험 요인에 따라 복지·의료 서비스의 연계가 필요한데 이런 의뢰 체계에 대한 설계가 없다”고 말했다.  
 
보완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윤호 안전실천시민연합 안전정책본부장은 “국가검진 우울증 검사는 2년이나 3년 주기로 받게끔 아예 명문화해야 한다”며 “그게 어렵다면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기 위해 적어도 내년부터 3년 안에는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1393의 경우 인력 확충도 중요하지만, 전문성 등 상담 질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영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순천향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치료가 자살률 감소와 직결되는 만큼 실손의료보험 보상 범위에 정신과 질환으로 인한 치료를 포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선 1차 의료기관에서 정신과로 연계한다고 해도 치료율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고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동우 교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1차 상담을 담당할 인력들이 다양한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인력에 대한 지원대책과 상담의 효율성,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영 교수는 “예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보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할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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