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부러진 독거 노인에게 도시락 배달…어르신들 웃음 되찾게 한 ‘돌봄SOS센터’

“혼자 살다 크게 다치니까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런데 맞춤형 돌봄서비스가 제게 구원의 손길이 됐지요.”

지난달 19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주택. 홀로 사는 김성영(71)씨는 약이 가득한 봉지 여러 개를 내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올 1월까지만 해도 마을 복지관을 다니며 식사를 해결했다. 복지관 식당에선 3500원이면 따뜻한 밥을 먹고, 친구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번지면서 그의 삶은 달라졌다.  
 
지난달 19일 관악돌봄SOS센터 매니저가 거동이 불편한 김성영(71)씨를 찾아 식사를 건네고 있다. 홀로 사는 김씨는 코로나19로 복지관 식당이 문을 닫자 반찬을 사러 다니다 넘어져 크게 다쳤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그는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서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지난달 19일 관악돌봄SOS센터 매니저가 거동이 불편한 김성영(71)씨를 찾아 식사를 건네고 있다. 홀로 사는 김씨는 코로나19로 복지관 식당이 문을 닫자 반찬을 사러 다니다 넘어져 크게 다쳤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그는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서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코로나19로 복지관이 문을 닫자 홀로 사는 김씨에겐 끼니 해결이 걱정거리가 됐다. 인근 시장에서 반찬을 사다 먹었다. 그러다 지난 2월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병원에선 파킨슨병으로 다리에 힘이 없는 거라고 했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까지 진단받으면서 먹어야 하는 약은 한 움큼이 넘었다. 퇴원 후에도 반찬을 사러 다녀야 하는 상황은 여전했다. 
 
지난 8월 또다시 불행이 닥쳤다. 이번엔 버스에서 내리다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 3주 동안 입원하고 퇴원했지만 늘어난 건 약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기초연금을 받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가 있다는 내용을 안내하는 전화였다. 거동이 어려운 김씨의 사정을 알게 된 주민센터에선 김씨에게 돌봄SOS센터 매니저를 소개했다. 김씨는 지난 9월부터 도시락 배달을 받고 있다. 
 
돌봄SOS센터는 위기 상황에 돌봐줄 가족이 없는 노인과 장애인, 만 50세 이상의 중·장년 가구를 돕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시범 실시하고, 올해 8월 25개 구가 전면 도입했다. 위기에 놓인 가정을 위해 돌봄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주고, 식사 지원이나 정보 상담을 비롯해 병원 동행 등 손과 발이 돼준다. 단기 시설을 이용하거나 일시 재가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만 65세 이상 노인이 아니어도 긴급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점 등 덕에 지난 7월까지 1년 만에 이용 건수가 총 2만1524건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자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 지원을 위해 비용 지원 대상을 늘렸다. 중위소득 85%(4인 가구 기준 월 392만1506원) 이하 가구에 무료로 지원하던 것을 중위소득 100%(4인 가구 월 474만9174원) 이하로 확대했다.
 
김씨는 홍기영(40) 관악구 돌봄SOS센터 매니저의 도움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인지 지원 등급을 받았다. 김씨가 “개인적으로 도우미를 쓰는 것도 알아봤는데 금액이 부담스럽더라”고 하자 홍 매니저가 요양보호사 서비스 신청 방법을 알려줬다. 주 3회, 8~10시간 가사 등 도움을 받는데 김씨가 부담할 금액이 월 8만4000원이란 설명에 김씨 표정이 누그러졌다. 김씨 입에서 연신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A(59·여)씨 역시 돌봄SOS센터 도움을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한 달 뒤 퇴원했지만, 후유증이 심했다. 가슴 통증에 어지럼증이 몰려왔고, 공황장애까지 겹쳤다. 자녀가 있지만 공부를 해야 하는 나이인지라 김씨를 돌볼 손이 부족했다. 동아줄이 된 건 돌봄SOS센터였다. 집안 청소부터 병원 동행까지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 A씨 가정은 걱정을 덜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사는 B(67·여)씨는 지난 6월 남편이 세상을 뜨자 막막해졌다.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요통, 혈행장애를 앓고 있던 B씨는 도움받을 곳이 없었다.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발에 괴사가 진행될 정도로 고통받던 B씨는 돌봄SOS센터 도움을 받아 식사 및 가사를 지원받는 일시 재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현대 사회의 돌봄은 개인과 가족이 짊어지고 가야 할 부담이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안고 가야 할 과제”라며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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