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0만대 첨병…현대차, EV 전용 플랫폼 최초 공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100만대 시대를 향해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현대차는 2일 유튜브를 통해 'E-GMP 디스커버리' 발표 행사를 갖고,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선보였다. 4년간의 개발 끝에 최신 기술을 접목한 E-GMP는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물론 상용차에도 적용할 수 있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전기차 3위' 도전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E-GMP는 기존 내연 기관차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설계됐다. 고영은 현대차그룹 차량아키텍처인테그레이션실 상무는 "엔진이 사라진 공간에 구동 모터를 낮게 배치하고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낮게 깔았다"며 "전후 중량 배분과 저 중심 설계를 통해 한 단계 높은 선회 기능(핸들링 등 운전의 재미)과 안정적인 고속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모터·감속기·인버터 등 PE(Power Electric System) 시스템을 한데 묶어 공간 활용성을 더 높였다.  

1회 충전 500㎞, 5분 충전 100㎞

이런 기술 진전 덕에 E-GMP를 장착한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충전 시간도 "이론적으로 2배" 빨라졌다. 기존 400V가 아닌 800V 초고속 시스템을 통해 18분 충전으로 80%까지 채울 수 있으며, 5분 충전으로 100㎞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현대차는 별도의 장치 없이 기존 400V 충전기를 승압해 충전할 수 있는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또 E-GMP는 모듈화와 표준화를 통해 제조 공정을 단순화했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환 현대차 전 동화개발실 상무는 "모듈화를 통해 배터리부품 수를 40% 줄이고, 총 부품 수를 60% 절감했다"고 말했다. 
 
차량 외부로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도 돋보인다. '차박(차를 이용한 캠핑)'을 할 때 차의 에너지를 가전제품으로 끌어쓸 수 있는 등 소비자에게 보다 진보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현대차의 E-GMP 플랫폼은 효율성 면에서 어느 경쟁사보다 뛰어나다"며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5를 시승했는데 다른 브랜드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경쟁 브랜드보다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오닉5는 E-GMP를 적용한 첫 전기차로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스타트업 카누와 전기차 플랫폼을 협력하고 있지만, 이번 E-GMP는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연구개발중"  

현대차는 온라인 발표 후 가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선 배터리 생산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비어만 사장은 "한국의 배터리 3사와 협력에 만족한다"며 "내재화(로컬라이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아주 일부"라고 말했다. 단 "남양연구소 등에서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의 배터리에 대해 연구개발 중"이라고 해 여지도 남겼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1·2위인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이미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했다. 현대차의 E-GMP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날 발표에서 나온 기술 리더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키텍처와 모터를 직접 냉각하는 방식 등 기존 현대차의 강점인 기계적 요소는 아주 훌륭하다"며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다음 단계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품 수를 60% 줄이고, 라인업을 촘촘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스바겐처럼 양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제 많이 팔 수 있는 구조는 갖춘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이 내놓은 '셀투팩(Cell to Pack, 배터리 셀과 모듈을 합해 패키지로 만드는 기술)' 등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무선충전기술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환 상무는 "무선 충전 기술은 개발은 돼 있다"며 "시점이 유동적이지만 장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무선충전은 유럽·미국 등과 기술 표준을 논의하는 단계다. 
 

"100만 달성하려면 중국 돌파해야"  

SNE리서치 등 분석기관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3분기 누적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폭스바겐·르노닛산얼라이언스에 이어 글로벌 4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2025년 23종의 전기차로 연 100만대를 생산해 3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는 올해 유럽에서 약진했지만, 중국에선 미미한 수준"이라면 "중국 시장에서 10% 정도의 점유율을 잡아야 5년 대 10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유럽의 전기차 판매는 약 150만대(PHEV 포함), 중국은 11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1~10월) 글로벌 시장에서 14만7072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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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