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분 걸린 558조 슈퍼예산 통과···김태년, 주호영 껴안았다

2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558조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558조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수정 부분은 수정안대로, 나머지는 원안대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선포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1년도 558조원 ‘슈퍼 예산안’이 통과됐다.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의 상정부터 가결까지는 딱 17분 걸렸다. 오후 8시 23분쯤 박 의장이 예산안을 상정했고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예결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 설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반대토론을 거쳐 17분 뒤 가결됐다.
 
재적의원 287명 중 찬성 249명, 반대 26명, 기권 12명이었다. 국민의힘 정진석ㆍ권성동ㆍ박진 의원 등 일부 중진 의원과 무소속 홍준표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정시한(2일)에 맞춰 예산안이 처리된 건 국회선진화법 도입 첫해인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박 의장은 “앞으로도 헌법을 준수하며 예산안을 처리하는 전통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했다.
 
558조원 예산안은 기존 정부안(555조8000억원)보다 일부 사업에서 8조1000억원 늘고, 5조9000억원 삭감돼 총 2조2000억원이 증액된 결과다.
 
분야별로는 공공질서ㆍ안전 예산이 정부안보다 5408억원 늘었다. 특히 지역구 민원이 치열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5023억원이나 늘었다. 함양-울산고속도로 건설 예산 173억원, 도담-영천 복선전철 예산 140억원 등이 증액됐고, 정부안에 없던 태화강-송정 광역철도 예산 75억6000만원, 천왕-광명 광역도로 예산 30억원 등이 새롭게 끼어들었다.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도 다수 반영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는 매호1지구 재해위험지역정비사업이 정부안보다 11억원 증액됐다. 김성원 국민의힘 수석부대표는 동두천-연천 전철화 사업에서 정부안보다 22억원을 더 확보했다. 예결위원장인 정 의원의 지역구 사업인 장흥~광적 국지도 건설공사 예산은 6억원이 추가됐고, 예결위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달성1차산업단지 개발사업은 10억원이 추가됐다.
 
국민의힘에서 삭감을 벼르던 21조 3000억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 예산은 약 6000억원 삭감됐다. 이날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본회의 전 기자간담회에서 “뉴딜펀드나 융자사업 일부 등 지출 조정이 가능한 사업 위주로 부득이 감액했다”고 밝혔다.
 
피해가 큰 업종, 계층에 선별 지원되는 3차 재난지원금 예산 3조원, 코로나19 백신 예산 9000억원도 통과됐다. 박 의원은 “설 이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라고 했다.
 
이번 예산안 통과로 발행될 국채는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정부안보다 예산이 2조2000억원 늘었고, 이외에도 세수 감소, 국가기금 감액 등으로 인한 손실분 1조3000억원을 국채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추산한 2021년 예상 국가채무는 956조원으로 올해 9월 정부가 계산한 945조원보다 11조원 늘어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가볍게 포옹하고 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4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가볍게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된 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을 따라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된 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을 따라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예산안은 예년보다 순탄하게 처리됐다. 이날 오전 민주당이 283억원 규모의 김해신공항 예산을 ‘가덕도 신공항’ 예산으로 전용하는 부대의견 첨부를 제안했다가, 국민의힘의 반발로 무산된 게 충돌이라면 충돌이었다. 이날 국민의힘 연석회의에선 “국가 채무 증가를 당이 용인해준 꼴이 됐다”(서병수 의원), “민주당이 국민 복지를 다한 것 같이 홍보할 텐데 대책은 있느냐”(홍문표 의원)는 일부 중진 의원들이 비판이 나왔지만,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나 대치 상황은 없었다. 이날 본회의장에선 김 원내대표가 주 원내대표 자리를 찾아 가볍게 포옹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지난해는 민주당과 이른바 ‘4+1’(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표결에 불참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격렬하게 항의하면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서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홍 부총리와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인영 통일부장관 등 국무위원들도 참석했다. 
 

연소득 10억원 이상에 45% 소득세 부과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4차 본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2021년도 예산안 통과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제14차 본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2021년도 예산안 통과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이날 본회의에선 연소득 10억 이상 고소득자에게 45%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 104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문재인표 부자 증세’로 불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과세표준 기준 5억원 초과 10억원 미만의 소득에 대해선 기존 최고세율인 42%가, 10억원 초과 소득에 대해선 최고세율 45%가 적용된다. 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45%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국민은 약 1만6000명(소득 상위 0.05%)으로, 이들이 연간 약 9000억원의 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한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1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도 고령자ㆍ장기보유자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부는 그간 형평성을 이유로 공동명의 1주택에 대해 공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개정안에 따라 공동명의 1주택자의 종부세액은 최대 80%까지 줄어든다.  
 
손국희ㆍ정진우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