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코로나 백신 첫 승인하자…美·EU 모두 불편한 속내

미국 화이자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미국 화이자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긴급 사용을 승인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은 영국이 미국보다 빨리 백신을 승인해서, EU는 영국의 백신 승인이 너무 이르다는 상반된 관점에서다.
 

최초 타이틀 빼앗긴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1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과 만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자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FDA가 긴급사용 승인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것 같지 않다는 일부 불평이 있어 이 때문에 메도스 비서실장이 한 국장 측에 브리핑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이미 지난달 20일 FDA에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했다. 그러나 FDA는 이달 10일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미 당국은 자문위 결과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백신을 수송한다는 계획이지만, 백악관은 FDA의 절차가 느리다며 불평을 늘어놓은 셈이다.
 
NYT도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메도스 비서실장이 영국 정부가 미국보다 앞서 백신 사용을 승인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난처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메도스 비서실장과 한 국장의 미팅 다음 날 영국에서 사용 승인 소식이 나오며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이 성급했다는 EU

 
EU의 입장은 미국과 반대다. EU는 오히려 영국의 속전속결 승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성명을 내고 영국의 긴급한 사용 승인보다 EMA의 좀 더 오랜 승인 절차가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MA는 EU의 코로나19 백신 승인 절차를 책임지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사용 승인은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지 10일 만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EMA는 지난 10월 6일부터 화이자 백신에 대한 동반심사를 시작했다. 영국은 10월 30일부터 동반심사를 했다. EMA보다 더 적은 자료를 검토한 상황에서도 더 빨리 승인을 한 셈이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의 절차가 더 많은 자료를 바탕에 두고 있다며 "모든 EU 시민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규제 방법"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유럽의회 의원인 페터리제는 영국의 사용 승인과 관련해 "이번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EU 회원국에는 그와 같은 방식의 절차를 되풀이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비판했다. EMA가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성급한 승인보다 낫다는 견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