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화이자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최초 타이틀 빼앗긴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1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과 만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자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FDA가 긴급사용 승인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것 같지 않다는 일부 불평이 있어 이 때문에 메도스 비서실장이 한 국장 측에 브리핑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이미 지난달 20일 FDA에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했다. 그러나 FDA는 이달 10일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미 당국은 자문위 결과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백신을 수송한다는 계획이지만, 백악관은 FDA의 절차가 느리다며 불평을 늘어놓은 셈이다.
NYT도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메도스 비서실장이 영국 정부가 미국보다 앞서 백신 사용을 승인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난처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메도스 비서실장과 한 국장의 미팅 다음 날 영국에서 사용 승인 소식이 나오며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이 성급했다는 EU
EU의 입장은 미국과 반대다. EU는 오히려 영국의 속전속결 승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성명을 내고 영국의 긴급한 사용 승인보다 EMA의 좀 더 오랜 승인 절차가 더 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MA는 EU의 코로나19 백신 승인 절차를 책임지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사용 승인은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지 10일 만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EMA는 지난 10월 6일부터 화이자 백신에 대한 동반심사를 시작했다. 영국은 10월 30일부터 동반심사를 했다. EMA보다 더 적은 자료를 검토한 상황에서도 더 빨리 승인을 한 셈이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의 절차가 더 많은 자료를 바탕에 두고 있다며 "모든 EU 시민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규제 방법"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유럽의회 의원인 페터리제는 영국의 사용 승인과 관련해 "이번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EU 회원국에는 그와 같은 방식의 절차를 되풀이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비판했다. EMA가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성급한 승인보다 낫다는 견해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