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이어 이성윤도 사면초가, 최측근 1차장 전격 사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최대 우군 역할을 해 온 서울중앙지검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김욱준 1차장 검사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이 지검장 등의 동반 사퇴설까지 나돌고 있다. 검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차장은 전날 이 지검장을 찾아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들을 즉각 중단해 달라”는 입장과 함께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앙지검 지휘부 ‘줄사표설’이 나돌기도 했다. 김 차장뿐 아니라 최성필 2차장 검사도 사표를 냈으며, 이 지검장도 사의 표명 여부를 고민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김 차장과 최 차장이 함께 이 지검장을 찾아가 ‘동반 사퇴’ 건의를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지검장이 이날 오전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워 한때 “소문이 사실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하게 나돌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의가 쇄도하자 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늦게 “이 지검장과 최 차장의 사의 표명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해명했다.
 
이날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고기영 법무부 차관(왼쪽 둘째). [연합뉴스]

이날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고기영 법무부 차관(왼쪽 둘째). [연합뉴스]

중앙지검 지휘부가 낸 파열음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윤 총장 장모 사법처리 과정에서의 갈등이 지목된다. 김 차장 산하에 있는 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달 24일 윤 총장의 장모를 의료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처분을 발표하기 4시간 전의 일이라 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총장 직무배제를 위한 명분 쌓기다” “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형사6부 내에서도 기소 시점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았다. 기소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식사 자리에서 일부 검사들이 김 차장에게 “윤 총장 이슈가 첨예한 상황인 만큼 기소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김 차장의 부담이 컸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차장 산하의 형사7부에서 수사 중인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도 “정치적 수사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두 번이나 통째로 기각되면서 “‘무조건 기소’를 전제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제기됐다. 결국 형사7부는 나 전 의원의 지인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달 27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결국 이처럼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치적 수사들에 대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이면서 폭발하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중앙지검 검사들의 불만은 지난달 26일 열린 평검사회의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중앙지검 지휘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의견들이 각 부에서 취합돼 개진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사들은 막판 조율 과정에서 삭제했지만, 성명서 초안에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중앙지검) 지휘부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일선의 한 검찰 간부는 “김 차장이 밝힌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며 “마치 정권에 부역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앙지검의 정치적 수사를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중앙지검 지휘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히 높다”며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