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법하다는 김학의 출금···법무부 단장은 끝까지 거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이 지난해 4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비자면제·단기사증 효력정지 시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이 지난해 4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비자면제·단기사증 효력정지 시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 사후 승인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출입국정책단장은 승인요청서에 대한 결재를 회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단장을 건너뛰고 상급자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만 가짜 내사사건 번호가 기재된 승인요청서를 결재했다. 
 
사후 승인과정에서 법무부 고위 간부가 결재를 거부할 만큼 긴급 출금의 절차상 위법했다는 뜻이다. 법무부가 12일 적법했다고 주장한 것과도 상반된다.
 

"이규원이 보낸 승인요청서, 출입국정책단장은 결재 안 해"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이규원(43)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0시 8분 인천공항에 '대검 진상조사단(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명의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보내 김 전 차관의 태국 방콕행 비행기 탑승을 막았다. 이후 새벽 3시 8분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승인요청서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접수했다. 그런데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이 당시 A 출입국정책단장에게 결재를 요청했지만, A 전 단장은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법무부 출입국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날 새벽 A 전 단장이 승인요청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결재를 하지 않자 직원들은 결국 그를 건너뛰고 차 본부장의 자택까지 찾아가 결재를 받았다"며 "단장이 결재를 회피할 만큼 출입국 내에서도 승인요청서의 위법성을 알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3월 23일 자정이 지나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jTBC 뉴스 캡쳐]

2019년 3월 23일 자정이 지나 긴급출국금지 조치로 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jTBC 뉴스 캡쳐]

 
중앙일보가 입수한 106쪽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23일 오전 0시 20분 인천공항발 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지만 출국 10분 전 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로부터 출국금지 사실을 통지받고 탑승을 제지당했다. 이 검사가 0시 8분 전산으로 긴급 출국금지 요청을 해서다.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 요청의 근거로 적은 사건번호는 '서울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로 김 전 차관이 2013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성폭력 혐의 사건번호였다. 출입국관리법상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범죄 피의자'라는 긴급 출금 대상자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또 긴급 출국금지 요청은 같은 법 시행령에서 '수사기관의 장'이 해야 하지만 이 검사는 수사권도 없는 진상조사단 파견자 신분이었다. 이때 이 검사는 진상조사단이 소재한 서울동부지검장의 관인도 빠진 요청서를 보냈고 김 전 차관이 긴급 출금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긴급 출금이 필요한 사유를 기재한 서류도 제출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수사기관은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한 때로부터 6시간 안에 법무부에 승인요청서를 보내야 하고, 12시간 안에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이 검사도 그날 새벽 3시 8분에 승인요청서를 법무부에 접수했다. 이번엔 승인요청서에 적었던 서울중앙지검 무혐의 사건 대신 '2019년 내사 1호'라는 서울동부지검의 내사사건 번호를 적었다. 당시로선 동일한 번호의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유령사건이었다.
 
A 전 단장의 결재 회피에 대해 차 본부장은 "당시 결재 서류에 A 전 단장의 결재란이 비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결재란이 비어있다는 것과 결재 거부는 명백히 다른 것이어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A 전 단장이 사후 결재마저 하지 않아 결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A 전 단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기억나는 게 없다"고만 했다. A 전 단장은 그해 10월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말 퇴직했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이 검사는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엔 이미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2013년 사건번호를, 승인 요청서에선 존재하지 않는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사건번호를 적었다.[중앙일보]

 
법무부는 전날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이 검사는 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었다"며 "당시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김 전 차관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 검사는 진상조사단 소재지인 서울동부지검에 '진상조사업무에 한정'한 검사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수사권이 없었다"라며 "통상 검사라도 '수사기관의 장'(서울동부지검장) 결재 없이 마음대로 내사사건을 만들어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와 같은 요건인 긴급 출금을 요청했다는 건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직원 카톡방엔 "본부장, 긴급 요건 맞다고 한다"…이후 최장수 본부장

법조계에선 차 본부장이 불법 긴급 출금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2019년 수사에서는 법무부 출입국 실무진만 조사하고 그 윗선은 조사하지 않았다.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출입국심사과의 한 직원은 당시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에 "과장님은 긴급 (출금은) 미승인하고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거는 쪽 얘기하시고 본부장님은 피의자인지 아닌지는 수사기관이 판단해서 요청하니까 긴급 요건에 맞다고 볼 수 있다 하시고"라며 "본부장님 의견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차 본부장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로 2017년 9월 임명돼 현재까지 3년 3개월 넘게 자리를 지킨 최장수 본부장이다. 2년 넘게 출입국본부장 직을 수행한 인물은 차 본부장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는 이용구 법무실장에 이어 법무부 탈검찰화 방침에 따라 검사만 맡던 법무부 간부직에 채용된 두 번째 사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차 본부장을 포함해 당시 의혹에 관련된 인사 대부분은 요직을 지키고 있거나 영전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