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 퍼플섬 박지도의 마스코트로 통하는 '양이'. 사람을 잘 따른다.
![하늘에서 본 퍼플섬. [사진 신안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4/821c1815-06bc-4790-b345-14a710c4151a.jpg)
하늘에서 본 퍼플섬. [사진 신안군]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좌도 두리마을과 박지도를 잇는 퍼플교. 해가 지면 화려한 조명이 다리를 감싼다.
2015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된 후 신안군은 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다리와 길을 닦고, 식당‧카페‧게스트하우스 등을 지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화룡점정은 보라색 테마로 섬을 가꾸는 작업이었다. 이태 전 천사대교 개통 즈음 반월‧박지도에 들른 적이 있다. 그때는 보라색 지붕이 전부였다. 지금은 양쪽 섬의 관문인 퍼플교(1.5㎞)와 문브릿지(380m)를 비롯해 도로와 이정표, 공중전화 박스, 식당의 식기 하나까지 싹 다 보라색이다. 해가 지면 보랏빛 조명이 다리를 감싼다.

퍼플섬에서는 온갖 것이 보라색이다. 마을 어르신의 꽃신, 마을 식당과 카페의 식기, 자전거와 전동차, 도로와 이정표, 공중전화 박스도 보랏빛이다.
마을 어르신들도 이 대규모 ‘깔맞춤’에 적극적이다. 동네 마실 갈 때도 목도리‧마스크‧꽃신 등의 보라색 소품을 빼놓지 않는단다. 늦은 김장에 나선 마을 할머니 손에 어김없이 보라색 소쿠리가 들려 있었다. 박지도 마스코트로 통하는 고양이 ‘양이’도 목에 앙증맞은 보라색 리본을 달았다. 한 마을 어르신은 “우린 물건 살 때 보라색부터 찾는다. 빤스 빼곤 싹 다 보라색이다”라고 했다.
봄을 기다리며

신안 퍼플섬 반월도 해안을 따라 보랏빛 도로가 깔려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데 왜 보라색이었을까. 보라색 꽃을 피우는 청도라지·꿀풀 등이 섬에 많은 데에서 힌트를 얻었단다. 지금은 섬 안쪽 길섶과 화단에도 보랏빛이 도는 국화·라벤더 등이 심겨 있다. 반월도 장상순(74) 할아버지는 “지붕을 칠할 때, 주민들도 나와 잡초를 뽑고 꽃을 심었다”고 회상했다.

보라색 의상을 입으면 퍼플섬 입장료가 면제다. 보라색 우산이나 가방도 가능하다.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퍼플교의 모습.
사실 반월‧박지도의 오랜 특산물은 보라색이 아니라, 김‧전복‧낙지‧굴 따위의 갯것이다. 마을 식당에서 주민이 잡은 해산물로 조리한 생김굴국(1만원)‧낙지연포탕(4만원) 등을 팔았다.

퍼플섬 특산물은 갯벌 낙지로 요리한 연포탕. 마을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백종현 기자

박지도 관광 안내를 돕는 주민 장청균씨. 일명 '섬 코디네이터'로 불린다. 보라색 스쿠터를 타고 마을을 누빈다. 백종현 기자
전동차를 타고 섬을 크게 한 바퀴 돌았지만, 관광객은 거의 보지 못했다. 마을 언덕 라벤더 정원에 서니, 옹기종기 모인 보라색 지붕 집과 너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정창균(67) 박지도 마을 해설사가 꽃밭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네요. 이 추위가 가고 나면 여느 때보다 고운 보랏빛 유채와 라벤더가 꽃을 피울 겁니다.”
신안=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신안 퍼플섬. 퍼플교에서 본 박지도 마을. 2019년 8월에 담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