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뚫고 성장한 백화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2년 4월. 충남 천안시에 사는 김선영(가명) 씨는 가족과 함께 고속열차 SRT를 타고 주말 쇼핑 여행을 나선다. 경기 동탄의 백화점에서 김 씨가 기다리던 최신 명품이 입고됐다는 연락을 받고서다. 약 60㎞ 떨어진 백화점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18분. 김 씨가 쇼핑하는 동안 아이는 영어 키즈카페에서 베이킹 수업을 듣고 남편은 만화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김 씨 가족은 셰프 파티쉐가 오픈 주방에서 요리하는 프리미엄 프렌치 브런치 카페에서 식사한 뒤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간다.
백화점업계는 가까운 미래에 고객의 쇼핑 행태를 대략 이렇게 예상한다. 풍부한 명품 라인업과 탄탄한 배후상권은 기본이고 비교적 먼 지역에서도 방문하기 편리한 입지에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갖춘 곳.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도 매출이 늘어난 매장에서 확인한 미래형 백화점의 모습이다.
코로나에도 명품 불패…2030도 명품만 찾아
‘명품’은 이들 9개 매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신세계 강남점은 명품 매출 비중이 다른 매장 평균의 4배가 넘는다. 특히 지난해 20·30세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49.2%에 달했다. 신세계는 특히 다른 백화점에 비해 명품 상품군 비율이 약 10%포인트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가 지난해 매출이 증가한 9곳 중 5곳이나 이름을 올린 비결로 꼽힌다. 백화점 매장 중 신장률 1, 2위의 비결도 ‘명품’이다. 현대 판교점은 강남 백화점 못지않은 100여개의 명품 라인업을 갖췄고, 갤러리아 명품관 역시 지난해 추가 입점한 명품남성(18%)과 하이주얼리·워치(24%) 부문이 실적을 이끌었다.

오는 6월 문을 여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조감도. 플래그십 스트리트몰 형식으로 기존 백화점의 동선과 보이드 형식을 탈피했다. 사진 롯데쇼핑
광역상권 시대…터미널의 힘 확인
매장 차별화는 성공 요소이자 여전한 숙제다. 2009년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출발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놀이와 휴식을 테마로 한 ‘쥬라지 공원’과 키자니아(직업체험관) 등을 자랑한다. 지역 점포 최초로 3대 명품이 모두 입점했다.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은 업계 최초로 1층 전면을 식품관으로, 2~6층은 생활매장으로 꾸몄다. 또 이런 차별화는 ‘명품’ 수요 증대로 이어졌다.
쇼핑공간 차별화 경쟁은 갈수록 치열
백화점 업계는 9개 매장을 성공 모델 삼아 다른 곳도 명품 중심으로 개보수하고 있다. 롯데 본점은 올 하반기부터 명품관을 확장한다. 현대 본점 역시 2022년까지 모든 층에 프리미엄 콘텐트를 전면 배치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보상 차원에서 명품을 찾으면서 불황 속에도 명품의 인기가 높았다”며 “오프라인은 앞으로 마음껏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 쇼룸형 매장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