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택한 아스트라···호주 의학계 "효능 의문, 왜 차선책 쓰나"

호주 일부 과학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접종 추진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일부 과학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접종 추진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의학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슈로 떠올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호주 정부에 접종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호주도 한국처럼 다음 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호주 시드니 모닝 헤럴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호주 일부 의학자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추진을 멈추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신 제조사의 발표에 따르면 임상 3상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95% 안팎의 효능이 나온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정량을 모두 투여했을 때 62% 효능을 보였다.  
 
스티븐 터너 호주·뉴질랜드 면역학협회 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의 효능을 비교하며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낮은 효과 때문에 널리 배포할 수 있는 백신이 아니다. 호주가 바이러스 통제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우리는 긴 게임을 하고 있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다"면서 "정부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더 많이 사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가 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5380만회 분으로 화이자 백신 구매량(1000만회 분)의 5배가 넘는다. 아직 두 백신 모두 호주 당국의 사용 승인은 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연합뉴스]

앤드루 밀러 서호주 의학협회 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다른 백신들만큼 효과가 있다는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집단면역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는 코로나19를 잘 통제해왔기 때문에 대중의 신뢰를 쌓기 위해 최고의 백신을 기다릴 시간이 있다. 왜 차선책에 만족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호주의 방역 상황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효능이 낮은 백신을 서둘러 접종하기보단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효능이 보장된 백신을 더 확보해 맞자는 의미다. 최근 3일 연속 호주의 하루 확진자는 17~19명 선이다. 전체 인구는 약 2500만명인데, 누적 확진자는 2만8658명, 누적 사망자는 909명이다.    
 
호주 버넷 연구소의 브렌던 크랩 교수도 "호주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리안 레이트 호주 의학협회 지부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판단은 더 많은 데이터가 확보될 때까지 유보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F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FP=연합뉴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바이러스학협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관한 의견 표명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인 끝에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당초 협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집단면역을 달성할 정도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접종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냈다.  
 
하이디 드러머 협회 부회장 겸 대변인은 "62% 효과는 집단면역 달성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집단면역을 얻기 위해 최고 수준의 효능을 가진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는 얼마 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더는 반대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같은 입장 변화의 이유를 협회 관계자는 "백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고 싶지 않고,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전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주 과학계의 이런 우려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은 "임상시험 결과 우리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 기준을 넘어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호주의 엄격한 백신 승인 과정과 접종 과정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호주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폴 켈리 호주 연방수석의료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고품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2월에 당국이 사용을 승인하면 바로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피터 콜리뇽 호주 국립대 미생물학 교수는 FT에 "다음 겨울 전에 고위험군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충분한 대체 백신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추진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달 30일 제조국 영국을 시작으로 인도·아르헨티나·멕시코 등에서 긴급 사용 승인이 이뤄졌고, 한국도 허가 심사를 하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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